/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LG그룹 계열사의 인력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배터리·석유화학·전자 등 주력사업 부진이 길어지면서 보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고 희망퇴직까지 겹치며 조직 내부의 불안감이 커진 영향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미래사업 전환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 구성원이 체감할 보상과 성장 기대감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핵심 인력 이탈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성 둔화·희망 퇴직 확산…내부 긴장감↑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 계열사 인력의 외부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완성차·방산 업종을 중심으로 LG 계열사 재직자들의 이직 타진이 예년보다 활발해졌다는 게 헤드헌터들의 전언이다. 주력사업 부진이 길어지며 성과급과 조직 안정감이 약해진 반면 미래사업은 아직 내부 구성원을 붙들 만큼 뚜렷한 실적과 보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2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순위에서 LG전자는 1.7%로 10위에 머물렀다. 약 2300명 중 40명도 채 선택하지 않은 셈이다. 다른 기관의 조사이기는 하나 과거 '취업 준비생이 꼽은 취업 희망 기업' 5위,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 8위 등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선호도 하락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구인구직 플랫폼 관계자는 "LG전자는 가전 중심 기업 이미지가 여전히 강해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산업 대비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된다"며 "사업 재편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구직자에게 성장 스토리가 전달되지 못한 점이 선호도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력중개업체 관계자는 "희망퇴직이나 조직 효율화 신호가 나오면 핵심 인력일수록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면서"며 "최근 LG 계열사에서도 회사 안에 남기보다 미래 성장 업종으로 옮기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사진 제공=LG
LG그룹의 인력 이탈은 주력사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석유화학·전자 등 주요 사업 부문의 산업환경이 비우호적 흐름을 이어가면서 당분간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봤다. 전자 부문은 가전 수요 둔화와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이 낮아졌고 배터리 부문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주력 사업 부진은 인력 운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에 이어 이달 9일부터 역대 최대 수준 보상안을 내걸고 다시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LG화학도 작년부터 이어온 희망퇴직을 지난 3월에도 실시했다. 전자·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 부진이 길어지면서 희망퇴직이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계열사 전반의 조직 효율화 수단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수익성이 흔들리면 성과급 등 보상에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적이 둔화하면 보상 여력도 줄고 보상 약화는 다시 조직 내부 체감 온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LG 계열사들은 지난해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등 최근 주목받는 주요 기업의 공격적인 보상 수준과 비교하면 격차가 커 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상황이다.
'구광모 비전'에도…"남을 이유 없어"
업계에서는 성과급 약화나 희망퇴직보다 구광모 회장이 제시한 미래 비전이 구성원들에게 '남아야 할 이유'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더 큰 문제로 본다. 로봇과 AI, 전장 등 사업 전환 방향은 제시됐지만 구성원이 체감할 만큼의 기대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력 사업은 흔들리는 반면 새 성장축은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구성원 입장에서는 미래보다 현재의 불안이 더 크게 체감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룹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희망퇴직은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약화시키고 조기 이탈 결정을 앞당기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SI 전문 자회사 버테크에서 ESS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LG
실제 최근 3년(2023년~2025년) 간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직원수(정규직)를 살펴보면 정체 또는 감소 흐름이 나타난다. LG전자는 3만4357명에서 3만5033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3만3629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화학 직원수는 1만4141명에서 1만3577명, 1만2628명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LG에너지솔루션은 1만1944명에서 1만2492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지난해 다시 1만2561명으로 조정됐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내세운 미래사업 비전이 내부 구성원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핵심 인력 이탈 흐름이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반도체와 방산, 완성차 업계가 실적 개선과 성과급 개선, 투자 확대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성장 산업 이미지를 굳히는 것과 달리 LG는 내부 구성원이 체감할 만한 보상과 성장 경로를 선명하게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미래사업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가전·배터리 부진과 희망퇴직 같은 현실이 더 크게 체감되고 있다"며 "주력 사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구광모 회장이 선택한 미래사업의 분명한 방향이 보이지 않으면 핵심 인력의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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