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 중단 주장해온 AfD
반대 여론에도 정책 영향력 커져
마가 진영·러시아, 르펜과도 밀착
내년 대선이 ‘극우 저지선’ 분기점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자 독일 곳곳에서 AfD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AfD의 부상에 러시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호응하는 가운데, 유럽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 ‘진짜 승부처’는 내년 프랑스 대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D는 지난 6일(현지시간)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44%를 득표하며 1위를 차지했다. 선거 다음날 독일 곳곳에서는 AfD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는 경찰 추산 약 5000명, 주최 측 추산 약 1만4000명이 모여 긴급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파시즘은 대안이 아니다’ ‘AfD 나치를 막아라’ 등 팻말을 들고 “모두 함께 파시즘에 맞서자”고 외쳤다.
에센에서는 약 1200명이 ‘AfD를 지금 당장 금지하라’ ‘나치가 설 자리는 없다’ 등 구호를 내걸고 행진했다. 포츠담과 헤센주 등에서도 시위가 이어졌으며,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전날 약 2500명이 AfD 정당 금지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fD가 당장 독일 연방정부를 장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AfD의 지지세가 커질수록 주류 정당들이 이민과 유럽연합(EU),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에서 AfD의 주장을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AfD와 러시아의 관계다. AfD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과 러시아와의 경제관계 회복을 주장해왔으며, 독일의 대러시아 정책이 바뀔 경우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공조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유럽 극우와 거리를 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뮌헨안보회의에서 J D 밴스 미 부통령은 알리스 바이델 AfD 대표와 만났지만 당시 독일 총리였던 올라프 숄츠와는 별도 회동을 하지 않았다.
유럽 전체로 시선을 넓히면 독일보다 프랑스가 더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향후 1년간 유럽 정치에서 가장 큰 변수로 프랑스를 지목했다. AfD가 여전히 전후 정치 질서가 유지해온 ‘극우와의 비협력’이라는 금기에 막혀 있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당이 이미 집권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을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연합(RN)은 집권을 위해 극우적 색채를 누그러뜨리고 외연을 넓히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르펜 의원이 사법 절차를 겪자 자신과 같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오래됐다.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은 2014년 러시아계 체코 은행에서 940만유로(약 146억7300만원)를 대출받아 선거 자금으로 사용했고, 이후 러시아 기업이 해당 채권을 인수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RN은 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해왔다. FT는 “러시아와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정치 지형을 바꾸려 한다면 가장 직접적인 승부처는 독일보다 프랑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