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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독이 된 중복상장… SK그룹·카카오·LG화학, 주가 반토막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 상장 직전 주가가 7만7075원(수정주가 기준)이었지만, 5년 7개월이 지난 현재 4만8850원으로 36.6% 하락했다. 이듬해 8월과 11월에 각각 증시 입성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상장...

독이 된 중복상장… SK그룹·카카오·LG화학, 주가 반토막

중복상장에 나선 대기업 모회사 주가가 좀처럼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가 6000마저 넘어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다시 이어가고 있지만, 중복상장 여파가 계속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원칙적 금지’를 천명한 가운데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예외허용 절차를 엄격히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카카오 아지트, SK케미칼 본사, LG트윈타워, SK서린 사옥 전경. / 뉴스1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2025년 중복상장을 한 대기업 그룹 소속 20곳(이전상장, 지주사, 모회사 비상장 제외)의 모회사는 자회사 상장 6개월 후 주가가 평균 5.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장 지수(코스피·코스닥) 평균 상승률 2.0%를 7%포인트 이상 밑도는 수치다. 기업 수로 보면 모회사 20곳(중복 포함) 중 15곳이 코스피·코스닥보다 부진한 성적을 냈다.

중복상장이란 모회사와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하는 것을 뜻한다. 동시 상장에 따라 이익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모회사 주가에 악재로 다가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복상장 비율(전체 시가총액 대비 상장사 보유 자회사 지분 가치)은 작년 말 기준 11.2%로 미국(0.05%), 일본(4.0%), 중국(2.4%), 대만(2.7%) 등 주요국보다 월등하게 높다.

문제는 중복상장에 나선 모회사 상당수가 자회사 상장 직전 주가를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 상장 직전 주가가 7만7075원(수정주가 기준)이었지만, 5년 7개월이 지난 현재 4만8850원으로 36.6% 하락했다.

이듬해 8월과 11월에 각각 증시 입성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상장 직전일과 비교하면 카카오 주가는 각각 67.2%, 61.8% 떨어진 상태다. 카카오에서 떨어져 나온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역시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카카오그룹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주뿐 아니라 자회사 주주에게도 손실을 끼친 셈이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2021년 3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했을 때 모회사 SK케미칼 주가는 21만2170원이었으나 현재는 5만7800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해 5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도 중복상장 직전 27만4523원에서 현재 12만8800원으로 주가가 53.1% 주저앉았다.

㈜SK는 지난해 증시 전반적인 지주회사 투자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오르긴 했으나 2020년 7월 자회사 SK바이오팜 상장 당시와 비교하면 상승률은 고작 26.9%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95.2%)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중복상장 후 모회사 주가 변동률 / 윤승준 기자

중복상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도 여전히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직전 66만4000원이었던 LG화학 주가는 현재 36만5500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LG도 작년 2월 LG씨엔에스 상장 이후 주가가 29.9% 상승하는 데 그치며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150.6%)을 120%포인트 이상 밑돌았다.

그밖에 ㈜DL는 자회사 DL이앤씨 상장 후 주가가 2.4% 내렸다. 디어유 모회사 에스엠, 모델솔루션 모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SK이터닉스 모회사 SK디스커버리, GS피앤엘 모회사 ㈜GS 등은 자회사 상장 후 주가가 오르긴 했으나 같은 기간 지수 상승률보다는 낮았다.

금융당국이 중복상장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간 자회사 상장이 반복되며 모회사 주주 가치를 훼손했음에도, 상장 심사 단계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에서다. 금융위는 3월 거래소 상장 심사 시 중복상장을 ‘원칙적 금지 및 예외허용’ 기조로 엄격히 심사하고, 분할 자회사뿐 아니라 인수·신설 자회사까지 규율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그룹은 중복상장을 오랜 기간 자행했다. 거래소에서 확인한 결과, 기업집단 43곳에 속한 상장사는 총 262개로 평균 6개다. SK 21개, 삼성 17개, 현대백화점 13개, 현대자동차 12개, LG 12개, 한화 12개, 효성 11개, 롯데 11개, LS 10개, 카카오 10개 등의 순이었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원칙적 금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예외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주사 PBR이 낮은 배경 중 하나로 상장 자회사·손자회사가 많은 구조가 꼽혀왔고, 최근엔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의 악재가 다른 상장 계열사 주가로 번지는 부정적 전이 현상도 심해졌다”며 “중복상장 예외사항으로 경영적 독립성 같은 추상적 기준보다 소수주주 다수결(MoM) 같은 절차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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