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도시가 죽어간다” 시민들 아우성

광양시 중마동 거리는 평일에도 북적이는 광양의 중심가지만 최근 인파가 눈에 띄게 줄면서 한산했다.

“도시가 죽어간다” 시민들 아우성

“도시가 죽어간다” 시민들 아우성

화려한 날은 가고…경기 침체 직격탄 ‘우울한 광양’

활기차던 도심 ‘한적’…법인지방세 4년새 74% 급감

K-POP 페스티벌 ·미디어아트 축제 예산 대폭 삭감

재정난에 지역민 참여 문화·축제 줄줄이 취소·축소

2026년 08월 20일(목) 20:30

20일 광양시 중마동의 한 거리는 유동인구가 없이 한산했다. <독자 제공>

광양시 중마동 거리는 평일에도 북적이는 광양의 중심가지만 최근 인파가 눈에 띄게 줄면서 한산했다.

짧은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에 나가기 시작한 학생들,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 마실 나온 노인들이 간혹 텅빈 거리를 메웠지만 금세 흩어지고 거리는 다시 고요해졌다.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이라 봐야 1개가 기본이고, 많아도 3개를 넘지 않았다. 도시라면 시도 때도 없이 눈에 밟히는 배달 오토바이도 5분에 1대꼴로 보일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

광양 시민들은 “철강산업이 침체하면서 광양 전체가 죽어가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젊은 층부터 가족 단위까지 시민들로 붐비던 번화가들이 철강산업 침체 이후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광양시 중마동에 거주하는 정현민(28)씨는 “매년 경기도 안 좋아지는데 광양 청년들은 광역시나 수도권으로 자꾸 빠져나간다. 학교 가는 아이들이 가끔씩 보이기는 해도 주민 대부분은 중장년층이다”며 “살기 편한 동네는 맞는데 그렇다고 경기침체를 피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자리도 많이 없고 인구는 자꾸 유출되니 분위기가 푹 꺼진다”고 말했다.

유은엽(여·50) 공인중개사는 “매매는 아예 없다시피 하고 전·월세 방만 한참 내놓고 있으면 집주인으로부터 세입자를 찾았다고 연락이 온다”며 “상가도 임대로 내놓고 공실인 경우가 많고 1년 이상 안 나가는 곳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가장 심했다가 조금씩 회복되기는 했는데 2020년, 2021년 이때와 비교하면 반의 반도 못 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광양시민들 사이에서는 철강산업 침체로 인한 여파가 ‘도미노’처럼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지역 상권이 침체하는 것을 넘어 광양시까지 재정난에 빠져 지역 대표 문화·축제 행사를 줄줄이 축소하고 나서면서다. 철강산업 침체로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이 급감한 데다 사회복지 등 고정성 지출은 늘고, 국·도비 사업에 필요한 시비 부담까지 누적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화행사 예산부터 없애는 모양새다.

20일 광양시에 따르면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었던 제6회 광양 K-POP 페스티벌은 5억원의 예산이 전액 삭감돼 전면 취소됐다.

광양 K-POP 페스티벌은 2019년 처음 열린 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다섯 차례 개최됐다. 레드벨벳, 다비치, 오마이걸, 미스트롯 출연진 등 인기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지난해 한 해에만 3만여명 방문객이 찾은 광양 대표 문화행사로 자리잡았으나, 시가 재정난에 빠지자 가장 먼저 취소된 것이다.

오는 10월 중순 개최 예정인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도 대폭 축소된다. 사업비는 지난해 기준 8억원에서 올해 1억5000만원으로 줄었으며, 행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규모 미디어파사드도 없애고 소규모 전시만 하기로 했다.

같은 달 예정된 광양시민의 날 행사도 예산이 5억원에서 8000만원으로 줄어 소규모 실내 행사로 축소됐다. 이마저도 광양시는 예산 집행을 최소화해 남은 예산을 반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광양시는 철강 산업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고정성 지출 증가, ‘미매칭 사업 부담’ 등 때문에 재정난이 심해졌다는 입장이다.

광양시는 올해 세입 결손 335억원, 필수경비 미반영분 236억원, 공모사업 등 국·도비 사업에 필요한 시비 매칭분 955억원을 더해 현재 부족한 재원이 모두 152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황에 민감한 광양시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이 올해 290억원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철강 호황기였던 2022년 1121억원에 비하면 4년 만에 831억원, 74%가량 감소한 셈이다.

반면 시가 임의로 줄이기 어려운 고정성 지출은 늘었다. 사회복지 분야 예산의 경우 2022년 2362억원에서 올해 3279억원으로 4년 새 917억원으로 38.8% 증가했다.

국가나 전남도 공모 사업을 통해 시비를 지출해야 하는 ‘매칭 예산’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광양시가 아직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미매칭 시비’는 2022년 382억원에서 올해 955억원으로 573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광양시는 미매칭 시비 대부분이 도로나 건물 건립 등 여러 해에 걸쳐 추진되는 시설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필요한 시비를 다 매칭하지 못하고 일부만 투입한 채 다음 해로 넘긴 것이 누적됐고, 거기에 신규 국·도비 사업이 계속 추가되면서 투입해야하는 시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미매칭 시비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신규 사업을 계속 확보하면서 재정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앙부처에서도 새로운 공모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미매칭이 있다고 몇 년 동안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해명했다.

광양시는 누적된 미매칭 시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신규 사업도 선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시기를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변경하고, 필요할 경우 사업을 중단해 국·도비를 반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누적된 미매칭 시비를 해소하려면 결국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일몰하거나 변경하고, 사업 시기를 조정하거나 필요하면 중단해 국·도비를 반납하는 방안도 있다. 신규 사업도 선별적으로 추진해 미매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원 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