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장기화와 주요 업체의 납품가 인상이 맞물리면서 경남 지역 닭고기 소매가격이 1년 새 21% 넘게 치솟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 평균을 밑돌던 경남 가격은 올해 들어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역전됐다.
31일 축산유통정보 다봄(KAPE)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경남 육계 소매가격은 ㎏당 6609원으로, 1년 전 같은 날(5436원)보다 1173원(21.6%) 올랐다. 전국 평균 상승률 15.4%(5722원→6601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31일 창원시 성산구 남창원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한 고객이 닭고기를 고르고 있다./전강용 기자/
한 달 전과 비교해도 경남은 700원(11.8%), 전국은 472원(7.7%) 각각 뛰며 경남 상승세가 더 가파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경남 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당 286원 저렴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8원 비싸지며 전국 평균가를 추월했다.
가격 상승의 직접적 배경은 주요 업체들의 납품가 인상이다. 하림과 계열사 올품, 마니커 등 주요 닭고기 생산업체들은 최근 대형마트와 치킨 프랜차이즈,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가격을 부위별로 5~10% 올렸다.
업체들은 공급가 인상 배경으로 고병원성 AI 확산을 지목한다. 이번 겨울(2025~2026년) 육용 종계 살처분 규모는 44만 마리로 전년 동절기(12만 마리)의 3.5배에 달한다. AI 발생 건수도 7건으로 전년(2건)의 세 배를 넘었다.
여기에 경남 지역만의 구조적 요인도 가격 오름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
도내 축산업계 관계자는 (경남 닭고기 소매가의 역전에 대해) “AI 발병으로 전국 공급량에 타격이 생기면서 소비자가를 올린 데다가 도내 닭 사육 밀도가 타도시에 비해 낮다 보니 공급 충격에 취약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닭고기 가격 인상의 여파는 소비자들도 직접 느끼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하면서 치맥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치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양성진(27) 씨는 “야구 관람 단골 메뉴가 치킨인데 요근래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한 마리 시킬 때 배달비까지 다 하면 3만 원 정도인데, 이번 가축전염병 여파로 또 오를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창원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서주훈(43) 씨는 “원재료비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판매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며 “손님 부담을 생각하면 섣불리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고민이 크다”고 털어놨다.
한편 정부는 육계용 종란 800만 개를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수입해 5~8월 여름 성수기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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