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용 TC본더 사업 편중 우려...투자 속도·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폭 커
배당확대·자사주 소각 병행 긍정적...보상 재원 활용하면 신뢰도 하락 지적도
초고성장 지속 위해 구조적인 체질 개선 필요
더인사이트는 중앙이코노미뉴스 기자들이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 전략과 재무 구조, 리스크 요인 등을 종합ㆍ분석해 해당 기업의 현재 위치와 향후 방향성을 보여주는 '기업 스토리' 코너입니다. 대내외 산업환경 변화와 다양한 변수 속에서 기업들이 자칫 놓치기 쉬운 과제들을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한미반도체 제1공장. [사진=한미반도체]
[중앙이코노미뉴스 엄현식]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한미반도체는 최근 2년 간 시장의 기대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렸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장비 'TC본더(열압착 장비)'를 앞세워 2025년 연결기준 매출 576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2514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도 43.6%에 달했다. 이는 반도체 장비업체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인 셈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갖춘 '완성형 기업'에 가까워 보이지만 구조를 들여다보면 여러 리스크를 안고 있다.
사업 구조가 특정 분야에 강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한미반도체 핵심 매출은 HBM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TC본더에서 나온다. 이 장비는 AI 서버용 메모리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실제로 한미반도체는 이 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며 사실상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장비ㆍ분야나 특정 고객사에 매출이 집중될수록 불황기 실적이 산업 흐름에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AI 투자 확대와 함께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장비 주문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고객사들의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시장 상황이 바뀌면 실적 변동 폭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반도체 곽동신 회장. [사진=한미반도체]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800원을 결정했고 배당금 총액은 758억8240만원에 달했다. 곽동신 회장은 지난 2023년 이후 총 565억원, 69만3722주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이번 추가 매입까지 마치면 지분율은 33.57%로 높아진다.
최대주주 지배력이 강화되는 흐름 자체가 곧바로 문제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자사주와 배당이 '주주친화'와 '지배력 강화' 사이 어디에 무게를 두고 설계되고 있는지 예민하게 본다.
특히 지난달 20일 정기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정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안건 등 총 5건의 안건 중 3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회사는 정관 변경을 통해 오프라인 출석 중심의 주총 방식을 유지하면서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사실상 배제했다. 국민연금은 "일반 주주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상장사들이 온라인 주총을 확대하는 흐름과 대비되는 결정이다.
이사 보수한도 역시 논란이다. 한미반도체는 이사 3명에 대해 보수한도를 150억원으로 설정했다. 전년도 실제 지급액이 약 4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여유를 둔 구조다.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기업이 동시에 경영진 보상 한도를 크게 열어둔 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모든 안건은 통과됐다. 최대주주 지분이 30%를 넘고 국민연금 지분은 약 5% 수준에 그치는 지배구조 속에서 기관투자가의 견제 기능이 제한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절반의 주주환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들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배당 확대 등 겉으로는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사주 정책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배당 확대와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한편에서는 "자사주를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순간 주주환원 정책의 신뢰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반도체의 리스크는 '회사가 약해서'가 아니라 '잘나가고 있기 때문에' 더 커진 측면이 있다. 매출 5767억원, 영업이익 2514억원, 영업이익률 43.6%, 글로벌 점유율 71.2%라는 숫자는 분명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 숫자들이 모두 HBM 투자 사이클의 호조, 특정 장비 경쟁력, 소수 고객사의 공격적 증설이라는 몇 가지 전제 위에 올라서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지속 성장을 위해선 고객 다변화와 기술 확장,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반도체의 성장은 사실상 HBM 영향이 크다"며 "향후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선 지속적 R&D 투자를 통한 TC본더 기술 초격차 실현, 차세대 패키징(후공정)과 비메모리 후공정 진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미반도체가 AI 반도체 시대 핵심 장비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맞지만 안정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장 속도만큼 리스크 관리 능력도 입증해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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