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 이정재가 최근 부친상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속사 관계자들조차 알지 못할 만큼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생전 아버지가 아들에게 바랐던 건 화려한 스타가 아니라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6일 연예계에 따르면 이정재의 아버지는 최근 세상을 떠났다. 이정재는 부고를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가족들만 모여 조용히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내부에서도 장례 사실을 알지 못했을 정도였다. 한 관계자는 이정재 본인이 최대한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기를 원했고, 부친상을 마친 뒤에야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그 이후 행보다. 이정재는 부친상을 치른 뒤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패션브랜드 스크리닝 행사에 참석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취재진 앞에 서서 포즈를 취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가 얼마 전 아버지를 떠나보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정재와 아버지의 이야기는 과거 방송에서도 조심스럽게 공개된 적이 있다.
이정재는 2013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가족사를 처음 털어놨다.
당시 가족관계를 묻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그는 “형이 있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정재의 친형은 자폐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형 때문에 부모님이 고생이 많으셨다”며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형편 속에서 부모가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어린 이정재에게도 자연스럽게 몫이 생겼다. 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 형의 식사를 챙겼고, 형이 집 밖으로 나가 보이지 않으면 직접 찾아다녔다.
그는 “어렸을 때도 형을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형이니까”라며 “조금 불편함은 있었지만 이게 내 생활이고 우리 가족의 모습이라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차남이었지만 사실상 장남 역할까지 해야 했다. 이정재는 당시 “장남이 아니지만 장남 노릇을 해야 했고, 집안 살림을 거드는 딸 역할도 했다”며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품었던 기대도 있었다. 이정재는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내가 조금 더 좋은 직업을 택하기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화려한 배우의 길보다는 안정적으로 자신의 삶과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직업을 갖길 바랐던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아들은 배우가 됐다. 1990년대 ‘모래시계’를 시작으로 ‘태양은 없다’, ‘신세계’, ‘관상’, ‘암살’, ‘신과함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을 거쳐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까지 받으며 한국 배우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 그 아들은 세계가 아는 배우가 된 뒤에도 아버지와의 마지막 이별만큼은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