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네팔을 덮친 대홍수에도 골조가 무너지지 않은 이 집은 온라인에서 ‘기적의 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네팔을 덮친 대홍수로 1200채가 넘는 가옥이 파괴된 가운데 거센 흙탕물 속에서도 골조가 무너지지 않은 ‘초록색 집’ 한 채가 화제가 되고 있다.
1200채 쓸려갔는데 홀로 버틴 ‘초록색 집’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네팔과 티베트 국경 인근에서 빙하 일부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대홍수가 네팔 누와코트 지역을 덮쳤다. 물과 진흙, 바위와 각종 잔해가 뒤섞인 급류가 트리슐리강을 따라 쏟아지면서 주변 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는 건물과 차량 등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 일대에서만 1200채가 넘는 가옥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흙탕물 한가운데 민트색에 가까운 초록색 3층 주택 한 채가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물살이 건물을 거세게 때리는 동안에도 골조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이 집은 온라인에서 ‘기적의 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 집 안에는 집주인 피아쿠렐을 비롯한 가족들이 있었다. 급류가 들이닥치자 가족들은 건물 위층과 발코니로 몸을 피했고, 물이 계속 불어나자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며 한 시간 넘게 구조를 기다렸다.
물이 빠진 뒤에는 이웃과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임시 사다리를 통해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가족들은 모두 목숨을 건졌으며 당시 학교에 가 있던 손자 역시 높은 지대에 있어 무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5년 지은 집…집주인이 꼽은 비결은
지난달 네팔을 덮친 대홍수에도 골조가 무너지지 않은 이 집은 온라인에서 ‘기적의 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SNS 캡처
그렇다면 주변 건물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상황에서 이 집은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피아쿠렐은 NYT에 집의 기둥을 암반 깊숙이 고정한 구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집은 1995년 처음 단층으로 지어진 뒤 이후 증축됐는데, 이 과정에서 기둥을 암반 깊숙이 뚫어 고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홍수가 지나간 뒤 집이 완전히 멀쩡했던 것은 아니다. 1층과 2층은 기둥을 제외한 상당 부분이 파손되고 내부에 보관하던 물건들도 피해를 입었다. 차량과 오토바이 등도 물에 휩쓸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건물의 핵심 골조는 무너지지 않았다. 3층 발코니에 있던 세탁기와 빨래 더미는 물론 지붕 위 물탱크와 태양열 온수기까지 그대로 남아 있을 정도였다.
다만 집주인의 설명만으로 주택이 살아남은 이유가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별도의 공식적인 구조공학 조사가 이뤄진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튼튼한 집만으로 설명 안 된다?…‘위치’도 살렸다
지형이 집을 보호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급류가 흘러오는 방향에 돌출된 능선이 있어 물살과 잔해가 집을 정면으로 때리는 충격을 일부 줄여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축 관련 분석에서는 이 집이 주변 일부 주택과 달리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져 기둥과 보, 기초가 연결된 점에도 주목했다. 강한 물살이 한쪽 벽에 집중되기보다 건물 전체 구조를 통해 힘이 분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집이 잔해가 가장 강하게 몰리는 수로의 중심부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다는 점도 생존 요인으로 거론됐다.
결국 암반에 고정한 기초와 비교적 튼튼한 골조, 지형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이는 집주인과 외부 분석을 토대로 한 추정으로, 어느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홍수 이후 이 집은 뜻밖의 명소가 됐다. 도로가 다시 열리자 집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고, 구글 지도에는 ‘홍수에도 끄떡없는 집(Flood Proof House)’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기적의 집’이라는 별명만 남은 것은 아니다. 피아쿠렐은 홍수로 시민권 증명서와 여권, 토지 등록 서류 등 중요한 문서를 잃었다고 전했다. 주변 마을 대부분이 폐허가 된 가운데 홀로 남은 초록색 집은 대홍수의 위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족의 생명을 지켜낸 상징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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