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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이 강한 나라, 싱가포르의 경쟁력[지금, 대학을 묻다]

언론들은 이 대통령의 방문 목적이 인공지능(AI) 커넥트 서밋 참석을 통해 AI와 미래산업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필자는 서울 면적의 도시국가로, 독립한 지 6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싱가포르를...

편집자주'벚꽃 피는 시기로 망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의 대학은 위기다. 상아탑의 권위를 지키면서도 변화한 사회에 맞는 인재 배출에도 충실한 새로운 대학의 좌표를 전문가 칼럼 형식으로 제시한다.이재명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AI 커넥트 서밋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계기로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동남아 '강소국' 싱가포르를 집중 조명했다. 언론들은 이 대통령의 방문 목적이 인공지능(AI) 커넥트 서밋 참석을 통해 AI와 미래산업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필자는 서울 면적의 도시국가로, 독립한 지 6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싱가포르를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미래의 모델'로 벤치마킹하려는 배경이 더 궁금했다. 이에 대해 보도나 논문 등은 예외없이 싱가포르 지도자들의 탁월한 리더십과 대학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꼽고 있었다.2024년 기준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2배 반이 넘는 약 8만8,000 달러다. 산업의 질적 구조에서도 이미 초선진국 단계에 정착했다. 싱가포르는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벗어나 바이오, 항공우주, 정밀 제조 등 고부가가치 첨단 제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국가 중 하나다.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 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의 '글로벌 AI 지수'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해 한국(6위)을 앞서고 있다.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싱가포르 정부의 대담한 대학 육성 정책이 바탕이 되었다. 특히 국립대학에 대한 투자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인구 600만 명의 이 나라에는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와 난양공과대학교(NTU) 등 무려 7개의 4년제 국립대가 설치돼 있다. 이 대학들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세계 최고의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가고 있다.반면, 우리 대학들은 어떠한가. 학령인구 감소와 16년째 동결된 등록금, 경직된 예산 구조 속에서 혁신은커녕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국가 미래를 책임질 대학들이 재정적 빈곤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싱가포르와 같은 질적 도약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름없다.시각물=박종범 기자'표'에서 보듯 싱가포르 양대 국립대학의 예산 규모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한국 최고라는 서울대를 압도한다. 교수 보수와 연구 지원비의 격차는 더 심각하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AI 석학들에게 ‘백지수표’를 내밀며 영입에 나서는 반면, 우리는 우수한 젊은 교수들이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다. 싱가포르가 AI와 첨단 제조업에서 한국을 앞서가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보다 똑똑해서가 아니라, 대학에 더 많이 투자하고 대학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이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이 단순한 외교·경제적 성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리 정부도 이제 대학 투자에 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대학은 소모성 예산을 쓰는 곳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는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처다.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학 재정의 획기적 확충이다. 고등교육 재정을 GDP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둘째, 파격적인 처우로 해외 석학을 모셔올 수 있도록 대학에 인사와 보수 체계의 자율성을 대폭 허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 캠퍼스를 첨단 제조와 AI 실험의 허브로 개방하여, 대학 내 연구가 즉각 산업으로 연결되도록 산학일체형 생태계 구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싱가포르의 성공은 우리에게 “대학이 강한 나라가 결국 앞서간다”는 교훈을 잘 보여준다.윤승용 남서울대총장·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이재명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AI 커넥트 서밋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AI 커넥트 서밋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시각물=박종범 기자
시각물=박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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