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붉은 대추 한 알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깃들어 있을까. 봄날 연둣빛 잎을 틔우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 햇살 아래 붉게 익어가는 대추처럼, 한 지역의 역사도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수많은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다.
보은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 가족의 기억을 ‘대추’ 한 알에 담아낸 특별한 무대가 관객을 만난다.
카잘스챔버오케스트라는 오는 8일 오후 2시와 7시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창작음악극 ‘보은이와 대추씨’를 선보인다.
2026 충북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으로 제작된 이번 작품은 보은을 대표하는 대추를 매개로 지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다.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연주에 연극과 노래, 움직임을 더해 보은이라는 고장이 품어온 시간과 세대를 이어온 가족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이야기는 기억이 조금씩 흐릿해진 할머니와 함께 길을 걷던 소녀 ‘보은이’ 앞에 수상한 남자 ‘대추씨’와 신비한 우주선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뜻밖의 시간여행에 나선 보은이와 대추씨는 현재를 떠나 보은의 오래된 시간으로 들어간다. 시대를 넘나들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보은이는 자신이 사는 고장의 역사를 하나둘 알아간다. 해마다 익어온 대추가 단순한 특산물을 넘어 오랜 시간 보은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 온 존재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시간여행이 깊어지면서 이야기는 가족의 기억으로 향한다. 보은이는 과거에서 젊은 시절의 할머니와 마주한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진 할머니에게도 빛나는 젊은 날이 있었고 그 시간 속에는 보은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가족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여기에 함께 여행을 떠난 대추씨가 오랜 세월 품어온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작품 속 대추는 단순한 무대 소재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할머니와 손녀, 한 세대와 다음 세대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해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대추나무처럼 사람의 삶과 기억도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어린이 관객에게는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신비롭고 유쾌한 시간여행의 재미를 전한다. 어른들에게는 고향과 가족,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게 한다. 서로 다른 세대의 관객이 한 무대에서 각자의 ‘기억’을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
음악도 작품을 이끄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움직임에 카잘스챔버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우러진다. 장면과 인물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오케스트라 선율을 통해 일반적인 연극이나 뮤지컬과는 다른 음악극의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지역의 대표 특산물인 대추를 ‘시간과 세대를 이어주는 상징’으로 확장하고 보은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연예술 콘텐츠로 재해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휘를 맡은 구동숙 총예술감독은 “대추 한 알에도 한 지역의 시간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살아가는 고장의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김재형, 이호철, 김하준, 엄이다, 곽서희, 김리원, 김별아가 출연한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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