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
더트래커=김광현 대표기자
영원무역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알려진 성래은 부회장(48)이 작년에 받은 보수(연봉)가 재계총수급들 중 가장 많았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 부회장은 영원무역그룹 창업자인 성기학 회장(79)의 세 딸 중 둘째다.
13일 영원무역그룹 계열사인 YMSA 작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요 경영진의 작년 전체 보상액은 급여가 200억원이고, 퇴직급여는 36억원이다.
주요 경영진 급여는 2022년과 23년까지만 해도 각각 19억원, 30억원에 그쳤으나 2024년 100억원으로 크게 치솟은 후 작년에는 200억원으로 정확히 2배 더 뛰었다.
YMSA의 주요 경영진급여
매출과 배당금 수익이 2024년보다 더 늘었는데도 매출원가 상승에다 이같은 경영진 급여 급등 등의 영향으로 YMSA의 영업이익은 24년 37억원에서 작년 7736만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경영진 급여 규모는 대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주요 경영진 연봉합계와 거의 맞먹는 규모이기도 한데, 유감스럽게도 이 회사는 그렇게 큰 기업이 아니다. 작년 말 이 회사의 전체 임직원수는 15명에 불과하다.
또 15명 전체 임직원의 작년 급여합계가 208억원이다. 비상장사라 경영진 숫자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경영진을 제외한 일반 직원 작년 급여합계가 8억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YMSA 기업개황자료
이 회사는 평범한 계열사는 아니다. 이 회사 지분 50.1%를 성래은 부회장이, 나머지 49.9%는 아버지 성 회장이 각각 들고 있다. 오너일가 가족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영원무역 그룹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39%를 보유, 지주사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지주사 위의 사실상 ‘옥상옥 지주사’라고도 할 수 있다. 성 부회장이 이 회사 최대주주이니 성 부회장이 이 회사를 통해 아버지와 협력,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원래 이 회사는 성 회장 지분이 100%였던 성 회장 개인기업이었다. 2023년 성 부회장이 지분 50.1%를 증여받아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 증여로 경영권 승계도 사실상 절반 이상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YMSA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및 스포츠의류 주문자상표부착(OEM 및 ODM) 제조업체인 영원무역 해외공장 등에 오래 전부터 원단 등을 납품해온 업체다.
사실상 지주사 기능 외에 지금도 이 기능을 계속 맡고 있다. 작년 별도기준 영업수익 843억원 중 영원무역홀딩스에서 받은 주주배당 212억원을 제외한 623억원이 원단거래관련 매출이었다.
성 부회장은 현재 이 회사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성 대표이사 외에 이 원단거래업무 등을 감독하고 관리할 임원이 1~2명 더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기업의 특성상 그 임원들의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 대표이사 외 임원이 아예 없고 부장급 등이 대표이사를 대신해 관리감독을 맡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작년 크게 늘어난 주요경영진 급여 200억원의 대부분은 성래은 대표이사가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표이사 연봉을 공시하지 않는 비상장기업이어서 성 부회장의 정확한 연봉액수는 알 수 없다. 이 회사 성 부회장 작년 연봉을 최대 200억원이라고만 가정해두자.
YMSA의 별도기준 영업비용 중 매출원가와 전 임직원 급여 등
성 부회장은 YMSA 말고도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 등 2개사에서도 작년 많은 연봉을 받았다. 자신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있는 그룹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에서 작년 63.05억원, 또 그룹 주력기업인 영원무역에서 상근 사내이사 부회장 자격으로 58.58억원의 보수를 각각 수령했다.
합쳐서 121.63억원에 달한다. 아버지 연봉보다 훨씬 많다. 이 보수에 YMSA 연봉을 합하면 최대 321.63억원에 달한다. 물론 YMSA에 다른 경영진(임원)이 있다면 이 액수는 줄어들 것이나 YMSA 회사나 인력구조로 볼 때 줄더라도 300억원 밑으로까지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야할 것이다.
아직 비상장 계열사들의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은 곳들이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 공시된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들에서 확인된 주요 대그룹 총수들의 작년 계열사 연봉합산액을 보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248.41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두산 박정원 회장(181억원), CJ 이재현 회장(177억원), 현대차 정의선 회장(175억원), 효성 조현준 회장(157억원), 롯데 신동빈 회장(150억원), 한진 조원태 회장(146억원) 등의 순이다.
작년 계열사 배당합계가 3942억원에 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로부터 보수를 아예 받지 않는다. 계열사 배당합산이 작년 1040억원에 이르는 최태원 SK회장의 작년 보수합계도 83억원에 그친다.
성 부회장의 정확한 연봉액수 확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대충 추정해볼 때 김승연 회장까지 제치고 작년 재계총수급 연봉 1위에 등극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공정위 소유지분도에 나타나는 YMSA 지분 구조
영원무역그룹은 공정위 산정 자산 기준 작년 재계 92위인 그룹이다. 공정위가 자산 5조원 이상을 기준으로 작년 92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했는데, 그 92개 그룹 중 자산기준으로는 꼴찌다.
이런 중견그룹의 현역 회장(총수)도 아닌 차기 총수 유력 부회장 연봉이 어떻게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 또 성 부회장 자신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YMSA의 경영진 급여는 2024년부터 왜 이렇게 가파르게 높였을까?
재계나 IB업계 관계자들은 2023년 YMSA 지분 증여 당시 발생한 거액의 증여세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게 아니면 달리 설명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게 이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시 증여세는 모두 850억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성 부회장은 대다수의 재벌가 2~3세들 처럼 세금 연부연납제도를 활용, 증여세를 몇 년에 걸쳐 나누어 내지 않고, 2023년 단 한 번에 납부를 완료했다.
당연히 그 자금출처에 관심이 많이 쏠렸다. 알고 보니 자신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있는 YMSA에서 대부분을 빌려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YMSA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성래은 부회장에게 2023년 중 815억원을 대여해줬다가 44억원을 회수했다. 2023년 말 기준 장기대여금 잔액은 771억원이다. 24년 말에는 637억원, 또 작년 말에는 500.74억원으로 대여금 잔액이 계속 줄고 있다.
계속 원금을 갚고 있는 것이다. 빌린 첫 해인 23년에 44억원, 24년 134억원, 작년 136억원씩을 갚았다. 이자도 꼬박꼬박 YMSA에 내고 있다. 23년 18.63억원, 24년 33.96억원, 작년 26.4억원 등이다.
YMSA가 지배주주 성래은 부회장에게 빌려준 장기대여금 잔액
이 원금 상환과 이자를 제대로 내려면 성 부회장에게 매년 거액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연봉만으로는 많이 모자란다. 이때문인지 주주배당을 거의 하지 않던 YMSA는 2023년 130억원의 연말 결산배당을 갑자기 실시했다. 이 중 65억원을 24년에 성 부회장이 지급받았을 것이다.
2024년 이후에도 YMSA가 거액배당을 계속 하면 될텐데 어찌된 이유인지, 배당은 다시 중단하고 경영진 급여를 크게 높이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세금문제 등 다른 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300억원 안팎에 달하는 초고액 연봉을 받았어도 세금을 내고나면 절반 정도 밖에 남지 않는다. 작년에 부담한 대여금 원리금 상환액과 얼추 비슷하다.
영원무역그룹 창업자 성기학 회장
2022년 말 YMSA의 별도기준 자산총계는 2453억원이었다. 전 자산의 3분의 1인 815억원을 2023년 성 부회장에게 한꺼번에 빌려줬던 셈이다. 이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던지 이 회사는 2023년 당시 본사 건물로 사용하던 대구 동구 만촌동 빌딩을 영원무역에 587억원에 긴급 매각했다.
총수 딸의 증여세 납부를 위해 그룹 주력기업까지 동원된 셈이었다. 성 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매각 협조 지시 없이는 성사가 어려울 일이었다.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은 다른 방식으로도 ‘성 부회장 구하기’에 적극 협조하는 모양새다. 두 회사 모두 성 부회장 연봉을 파격적으로 높여주고, 영원무역홀딩스는 YMSA가 적정 흑자를 유지하도록 배당을 계속 늘려주는 방식이다.
또 YMSA의 작년 원단거래 등 순수 매출 623억원(별도) 중 616억원이 영원무역 해외공장 등이 올려준 매출이었다. 순수 원단매출도 영원무역 자회사 등에 대한 의존도가 몹시 높다.
이런 구조 때문에 과거 성기학 회장이 100% 대주주일 때부터도 이 회사에는 ‘일감몰아주기’나 ‘부당내부거래 의혹’ 등이 자주 따라 다녔다. 영원무역이 굳이 안거쳐도 될 유통단계를 하나 더 만들어 오너일가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밀어주는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계열사들끼리 일감을 밀어준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위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일반기업과의 거래보다 상당한 특혜성이 있어야 된다. 그 판단은 공정위만 할 수 있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2023년 정식으로 거액의 증여세를 물고 경영권 승계를 절반 이상 끝낸 점은 칭찬받아야 할 내용”이라며 “다만 그 이후 자기 회사에서 무리해가며 거액을 대출받고, 원리금 상환을 자기 회사는 물론 그룹의 각종 지원을 받아 해결하고 있는 점은 전형적인 ‘아빠찬스’로 보여 한편으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소간의 사익편취 의혹이 있어 보이지만 법 위반여부는 공정위만이 판정할 사안”이라고도 밝혔다.
안그래도 지난 2월 공정위는 영원무역그룹이 계열사 신고자료를 대거 누락, 허위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성 회장을 고발한 바 있다. 현재 영원무역그룹과 YMSA간의 내부거래 등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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