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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논단]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 준비' 아닌 '직업 전환 훈련'

필자가 현장에서 청년 취업·창업 멘토링과 글로벌IT인재개발원의 국비지원 교육과정을 함께 접하며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은 결코 노력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오래 준비하고, 많은 정보를 찾고...

[대구논단]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 준비' 아닌 '직업 전환 훈련'

박창규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전문위원

청년 취업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여전히 익숙한 처방을 반복한다. 더 많은 자격증을 준비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고쳐야 한다, 면접 연습을 해야 한다, 어학 점수를 높여야 한다는 식이다. 물론 이런 준비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청년들이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준비의 방향이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금의 노동시장은 과거와 다르다. 기업은 신입에게도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감각을 요구하고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반복적인 사무 업무, 단순 자료 정리, 기초적인 문서 작성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입사원이 조직 안에서 기초 업무를 수행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기초 업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청년은 경력이 필요하지만, 경력을 시작할 기회는 점점 좁아지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이제 청년 취업난을 단순히 경기 침체나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핵심은 산업 변화와 청년 역량 사이의 불일치다. 청년들은 여전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은 이미 달라졌다. 문제 해결력,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 데이터 이해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프로젝트 수행 경험, 글로벌 환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졌다. 반면 많은 청년 지원 프로그램은 아직도 이력서 작성, 자기소개서 첨삭, 단기 특강, 채용 정보 제공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방식의 지원이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긴 취업 준비 기간이 아니라, 변화하는 산업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훈련이다. 다시 말해 이제 청년정책은 ‘취업 준비 지원’에서 ‘직업 전환 훈련’으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

직업 전환 훈련은 단순히 직업을 바꾸는 교육이 아니다. 산업 변화 속에서 어떤 직무가 줄어들고, 어떤 직무가 새롭게 생겨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전공과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이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하고,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보는 훈련이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까지 시야를 넓히고, 영어 기반 커뮤니케이션과 해외 직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필자가 현장에서 청년 취업·창업 멘토링과 글로벌IT인재개발원의 국비지원 교육과정을 함께 접하며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은 결코 노력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오래 준비하고, 많은 정보를 찾고, 불안 속에서 다음 선택지를 고민한다. 문제는 그 준비가 산업 현장과 정확히 연결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어떤 청년은 전공과 다른 분야로 이동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어떤 청년은 해외취업이나 글로벌 직무에 관심이 있지만, 자신이 가진 역량이 실제로 통할 수 있는지 판단하지 못한다. 또 어떤 청년은 국비지원 교육과 같은 제도가 있어도 그것을 단순한 교육 수강이 아니라 경력 전환의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직업훈련은 단순한 기술교육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교육과정은 실제 산업 수요와 연결되어야 하고, 청년 개인의 진로 재설계와도 맞물려야 한다. 디지털 직무교육을 운영한다면 단순히 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어떤 직무로 연결될 수 있는지까지 안내해야 한다. 글로벌 커리어 교육도 마찬가지다. 영어 표현 몇 가지를 익히는 수준을 넘어, 해외 기업의 채용 방식, 직무 문화, 실무 커뮤니케이션 방식, 이력서와 인터뷰 전략까지 함께 훈련해야 한다.

지역 청년에게는 이러한 전환 훈련이 더욱 중요하다. 수도권에 비해 지역 청년은 다양한 산업 정보,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 해외 일경험, 신산업 프로젝트에 접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 이 격차를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지역 대학과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청년을 지역 안에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청년이 국내외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고 다시 지역과 연결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이다.

청년 취업난의 본질은 청년이 게으르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많은 청년은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준비하고 있다. 다만 그 준비가 바뀐 산업 구조와 맞지 않을 뿐이다. 이제 청년에게 필요한 질문은 “어떤 스펙을 더 쌓을 것인가”가 아니다. “나는 변화하는 산업 안에서 어떤 역할로 전환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청년정책과 직업교육의 방향도 그 질문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취업 준비를 더 오래 시키는 사회가 아니라, 청년이 새로운 직무와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 지역 청년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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