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전문위원
창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와 우수한 기술, 차별화된 제품에 주목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창업지원사업 역시 기술개발과 시제품 제작, 창업기업 발굴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기업의 성장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창업기업의 진짜 도전은 제품을 만든 이후에 시작된다. 좋은 제품이 반드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고, 소비자가 그 가치를 이해하고 신뢰하며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판매 이후에도 적절한 수익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고객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의 경쟁력과 사업의 경쟁력은 분명히 다른 문제다.
최근 필자가 대전 소재 ㈜굿앤바이오(대표이사 박배정)의 사업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이러한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굿앤바이오는 생활·웰니스 분야의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제품을 확보한 이후에도 브랜드 구축과 상세페이지 제작, 온라인 판매채널 마련, 결제시스템 연동, 유통방식 검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공식 홈페이지(www.goodnbio.com)를 구축하고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사업화 과정의 하나다. 중요한 것은 홈페이지나 쇼핑몰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하고 신뢰하며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의 전체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굿앤바이오 박배정 대표이사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기업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제품의 품질은 기본이고 브랜드와 유통, 고객과의 소통까지 책임지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인력과 자금이 제한되어 있어 경영자가 여러 업무를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어떤 고객을 먼저 확보할 것인지, 판매가격은 적절한지, 광고비와 배송비를 제외하고도 수익이 남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결국 제품을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고 경영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창업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는 많아졌다. 전문 개발인력 없이도 홈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국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상품 설명과 홍보 콘텐츠 제작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을 도입하는 것과 실제 매출을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했다고 고객이 자동으로 방문하지는 않으며, 광고를 집행했다고 반드시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대구·경북의 제조기업과 지역 창업기업에도 중요한 과제다. 지역에는 오랜 생산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이 시장 확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 유통, 재무관리, 나아가 해외시장 진출까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경영 역량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창업지원 정책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창업기업 수와 시제품 개발 건수, 교육 수료 인원은 정책의 추진 실적을 보여줄 수 있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지원받은 기업이 실제 고객을 확보했는지, 시장 진입 이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마련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물론 모든 창업기업을 단기간의 매출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기술개발과 시장 검증에 시간이 필요한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일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는 기술과 품질을, 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고객과 판로를, 성장 단계에서는 경영관리와 시장 확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창업은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거나 제품을 출시하는 순간 완성되지 않는다. 고객의 선택을 받고 시장의 평가를 견디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제품을 만들었는가보다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했는가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능력이 창업의 출발점이라면, 그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은 기업의 생존 조건이다.
이제 지역 창업정책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만들었는가를 넘어, 창업한 기업이 어떻게 시장에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경제의 경쟁력은 새로운 기업의 숫자뿐 아니라 그 기업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된다.
박창규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전문위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