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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논단] 언자유책(言自由責)

2026년 7월 7일, 대한민국 온라인 생태계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고의적 허위사실과 조작 정보 유통에 대해 막대한 금전적 책임을 지우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대구논단] 언자유책(言自由責)

이석형 객원논설위원·행정학박사

2026년 7월 7일, 대한민국 온라인 생태계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고의적 허위사실과 조작 정보 유통에 대해 막대한 금전적 책임을 지우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을 막겠다는 법안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법안이 공포된 이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에 이르기까지 안팎에서 쏟아지는 우려의 목소리는 이 법이 품은 일부 조항이 도리어 민주주의의 심장인 ‘표현의 자유’를 멈춰 세울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개정 정통망법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모호성과 과잉 규제다. 허위 정보를 유포했을 때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게 하고, 2회 적발 시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징벌적 조항은 얼핏 통쾌해 보이지만, 부작용의 칼날은 날카롭다. ‘사실이나 의견 전파를 업으로 하는 자’라는 기준이나 무엇이 ‘허위’인가를 판별하는 잣대가 자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나 자본을 쥔 공적 주체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이 법을 ‘전략적 봉쇄 소송(SLAPP)’의 도구로 남발할 가능성은 불 보듯 뻔하다. 비록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공익 목적 보도나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제외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해명하지만, 소송 제기나 처벌 가능성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사와 1인 미디어는 스스로 펜을 꺾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겪게 된다.

국외에서의 우려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은 이 법이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언론 활동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공식 성명을 냈고, 미국 국무부 역시 “규제당국에 관점에 따른 검열 권한을 줄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플랫폼 사업자들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AI 필터링 등을 통해 의심 게시물을 선제적으로 삭제할 경우, 건강한 정부 정책 비판마저 디지털 공간에서 지워지는 ‘기계적 검열’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이 와중에 터져 나온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 파문도 표현의 자유의 ‘도덕적·사회적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부위원장은 학생들의 사소한 징계 사안을 두고 대중의 분노를 ‘5·18의 성역화’나 북한의 맹목적 체제에 비유하여 거센 정치권의 비판과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는 비판받을지언정 발언 자체를 이유로 공직 처벌(사퇴 등)로 이어지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처사라 항변하며, 심지어 국가 전복적 언사조차 허용되어야 한다는 극단적 자유론을 펼쳤다. 공직자라는 자리가 지닌 무게를 생각할 때, 그의 발언은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자유의 행사가 아니라 책임의 방기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여당과 청와대의 공격을 받은 그는 자진사퇴라는 모양새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논란은 과연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우리 사회에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헌법적 가치로서의 표현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자의적 권력 행사와 검열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따라서 정통망법 개정안처럼 국가나 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기준을 재단하고 강력한 금전적 페널티를 부과하여 입을 막으려는 시도는 극히 신중해야 한다. 문제 있는 법은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공론장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동시에 표현을 행하는 주체 역시 그 자유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고의적인 허위사실로 누군가의 인격을 파멸시키거나,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한 역사적 상처를 조롱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언자유책(言自由責)이다. 즉 말하는 사람에게는 그 말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발언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표현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국가의 강제적인 법률이나 징벌적 처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성숙한 시민사회의 자율적 정정 기능과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론장의 몫이어야 한다. 국가가 법으로 ‘입틀막’을 하려 해서도 안 되지만, 개인이 자유를 무기로 ‘막말’을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분이 과잉 규제로 독재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정통망법의 독소 조항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언어가 가진 무게를 성찰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가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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