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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닫혀가는 K-게임의 성장판, 이재명 정부가 다시 열어야[기고]

자동차와 반도체 이상으로 고용유발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으며, 제조업보다 빠르게 세계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 미래 산업을 재단하고 있다. 이 구조를 바꾸지...

닫혀가는 K-게임의 성장판, 이재명 정부가 다시 열어야[기고]

닫혀가는 K-게임의 성장판, 이재명 정부가 다시 열어야[기고]

이동권 동아대학교 교수

기자

2026-04-07 17:52:52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 한때 게임은 한국 콘텐츠 수출의 약 70%를 떠받치던 대표 산업이자 전략 산업이었다. 외화 획득, 청년 일자리,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견인하며 국가 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시장 규모는 20조 원을 넘었지만 외형만 커졌을 뿐, 성장률은 2021년 21.3%에서 2023년 5.9%로 급락했다. 게임 이용자 체류시간은 줄고 있으며, 게임기업의 종사자 수도 감소세다. K-게임은 잠시 숨을 고르는 수준이 아니라, 성장 한계가 드러나며 ‘둔화’가 체질화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의 시선과 제도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게임 정책은 오랫동안 산업 진흥보다 사행성 통제와 관리에 무게를 두어 왔다. 이용자 보호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보호를 명분으로 산업 전체를 규제의 틀 안에 가둬버리면, 기술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 의지도 함께 위축된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게임산업은 더 빠르게 혁신하고 전환해야 하며, 제도는 이를 가로막는 규제가 아니라 적극행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규제는 빠른데 지원은 느리고, 감시는 촘촘한데 투자 인센티브는 턱없이 빈약하다.

그 사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영국은 게임을 전략산업으로 보고 제작비의 최대 34%를 환급하는 세액공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연간 약 1억 2500만 유로 규모의 무상 보조금을 투입하며 게임정책을 연구와 기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이 외의 주요 국가들은 게임을 규제 대상이 아니라 기술, 수출, 고용, 지식재산, 플랫폼 경쟁력이 결합된 종합 산업으로 본 것이다.

반면 한국은 부처마다 지원이 흩어져 있고, 정책은 단발적이며, 신산업 모델은 법적 불확실성 속에 여전히 방치돼 있다. 기업과 자본,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두고 시장 탓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길을 열어주지 못하면 산업은 결국 더 넓은 운동장을 찾아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특히 넥슨과 엔씨소프트 같은 대표 기업조차 더는 자구 노력만으로 글로벌 경쟁을 버텨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이 규제와 관성 속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의 텐센트와 넷이즈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자본력과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을 앞세워 시장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넥슨이 성과를 내고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 한국 게임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엔씨소프트의 실적 부진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국내 게임산업 지원 전략이 기존 성공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과거 MMORPG의 성공 경험만으로 미래 시장을 버틸 수 없는 이유다. 이제는 콘솔, 멀티플랫폼, AI 융합 콘텐츠, 새로운 디지털 보상 체계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실패 위험은 크고, 신기술일수록 초기 규제 리스크는 높다. 정부가 국가 게임산업 진흥을 외치면서 해결되지 않는 리스크와 규제 부담의 숙제를 기업에만 전가하게 되면 혁신은 공허한 구호만 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적 개입이다.

첫째, 정부는 게임산업의 재무 리스크를 공공 차원에서 분담해야 한다. 대형 프로젝트와 신기술 투자에 대해 제작비 환급형 세제 지원을 도입하고, 고위험 프로젝트를 선별 지원하는 전략기술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중견기업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스케일업 금융을, 중소 개발사에는 실질적인 보조금과 제작 안전망을 제공해 산업 생태계의 허리를 살려야 한다. 지금처럼 대기업은 버티고, 중소기업은 각자도생하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 수 없다.

둘째, 규제를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핵심은 금지 중심 규제에서 예측 가능한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일이다. P2E와 NFT를 무조건 봉쇄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신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 금지가 아니라, 우연성, 보상 구조, 이용자 피해 가능성을 세밀하게 따지는 정교한 기준이다. 우연성이 없는 창작 기여형 보상 모델까지 일괄 차단하는 것은 산업 위축만 부를 뿐이다. 기업이 법을 지키면서도 혁신할 수 있도록 명확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셋째, 분절된 행정 구조를 넘어서는 상설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의 ‘대한민국 게임산업 전략위원회’를 설치해 업계, 정부, 학계가 정기적으로 만나 규제 개선, 인재 양성, 기술 표준, 수출 전략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지금처럼 부처별로 쪼개진 대응으로는 속도도 책임도 성과도 담보할 수 없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현장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함께 반영되는 구조여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산업 현실과 괴리되지 않는다.

넷째, AI를 행정의 장식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도구로 써야 한다. AI 기반 등급분류 체계를 도입해 심의 기간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게임 데이터를 보건, 교육,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과 연계해 기능성 게임과 의료 게임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키워야 한다.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 소비재가 아니다. 교육 도구이자 치료와 치유 플랫폼이며, 디지털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인터페이스다. 이를 여전히 관리 대상으로만 본다면 한국은 새 시장이 열릴 때마다 뒤늦게 규제 논쟁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게임산업은 취향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이상으로 고용유발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으며, 제조업보다 빠르게 세계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 미래 산업을 재단하고 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K-게임의 성장판은 완전히 닫힐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산업에 대한 낡은 의심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 아래 위험을 분담하고 혁신의 길을 여는 정책 전환이다. 닫혀가는 성장판은 저절로 다시 열리지 않는다. 정부가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

동아대학교 경찰학과 이동규 교수 invictus88@d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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