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이틀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공동성명 없이 10월 31일(현지 시간) 막을 내렸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 에너지·식량 안보와 공급망, 항행의 자유, 인공지능(AI) 문제 등 핵심 현안 가운데 어느 하나도 공동성명을 낼 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무부가 회의 종료 후 의장국 성명을 내고 논의 내용을 정리하는 데 그쳤다.
이날 AP·AF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의장국 성명에서 “식량과 농산물 교역이 경제적·정치적 강압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데 국제사회가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안전한 항행을 포함해 안전하고 회복력 있으며 지속적인 에너지 흐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들에 대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에 가까워졌다고 오늘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동성명 불발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와 다른 참가국 간 이견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루비오 장관은 30일 개막 당시 단결을 호소했으나, 관례였던 외교장관 단체사진 촬영은 취소했다. 유럽 외교관들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촬영 참여에 반발하며 불참하거나 도중에 자리를 뜨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AP에 따르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교장관은 “이번 결과가 예견된 일이었다”며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그 당사국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공동 입장을 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참석자들은 AP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월 플로리다에서 주최할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견이 매우 커서 공동성명 대신 의장국 성명을 내는 방안이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쟁점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미국의 관세 정책, 중국의 남중국해 행보 등이 포함됐다. 참석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고 폴란드의 G20 가입에도 반대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월 정상회의 초청을 수락할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들의 반대에도 G20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이번 회의에 초청하지 않은 점도 갈등을 키웠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0월 30일(현지 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환영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I 분야에서는 G20 내 미국과 입장이 비슷한 일부 협력국 사이에서 공동성명이 나왔지만, 용어를 둘러싼 이견이 성명 안에서도 드러났다. 루비오 장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장관들과 회담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초지능’(SI·Super Intelligence)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이 6곳 있는데, 각각 별표(*)가 달려 있다. 별표는 “호주, 인도, 일본에서 ‘초지능’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뜻한다”는 각주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AI’ 대신 ‘SI’라는 용어를 쓰겠다고 밝히고, 미 정부에 이 용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다른 나라에서 같은 조치를 취한 사례는 없다.
최근 미국이 이란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G20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30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 주요 중재국인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교장관과 각각 회담했다.
한편 이번 회의는 31일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스포츠 외교’로 마무리됐다. 장관들은 조지아대와 플로리다대의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하도록 초청받았다. 루비오 장관의 아들은 플로리다대 선수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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