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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어르신들에게 10만 원짜리 교통카드를 하나 던져주는 일률적 정책으로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1년 국감 이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이형석 의원, 국민의힘 고동진·배준영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고령자 대체교통 수단 확보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지적이 반복되고 있지만 6년째 문제 해결은 되지 않고 올해 국감장에서도 도돌이표처럼 등장한 것.
실제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최근 5년간 2.1∼2.5%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2024년 7월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 지난달 경기 안성 나눔장터 돌진 사고 등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 사고는 잇따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국회 시정요구 사항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경찰청의 대응에 대해 “(대체교통 수단 활성화 등) 국회 취지가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피감기관이 국감 지적을 피하기 위해 단순 인센티브 확대 등 대증요법에 치중한 결과다.
● 해마다 “고쳐라”… 상황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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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2021∼2025년 국회 17개 상임위원회에서 채택된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59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5년) △소비자분쟁조정 지연(5년) △산재 처리 지연(4년) 등 같은 문제가 반복됐지만 현장에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는 각 상임위가 국감에서 제기된 주요 지적 사항과 정부·기관에 요구할 시정·처리 사항을 정리해 의결하는 공식 문건이다.
업무로 질병이 생긴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의 심사·판정을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지는 문제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단골 지적이다. 2021년 당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처리 기간이 계속 늘고 있다.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 문제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으로 결과보고서에 담겼고, 올해도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산재 판정 기간이 장기화되며 노동자들의 고통이 이어진다”며 23일 열릴 근로복지공단 국감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놨다. 반복되는 지적에도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은 2021년 175.8일에서 올해 6월 기준 221.4일로 오히려 늘었다. 근로복지공단은 뒤늦게 올해 전국 64개 지사에 업무상 질병 전담팀 등을 신설했지만 이미 쌓인 산재 신청으로 올해까지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무위원회는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 처리 지연 문제를 2021년부터 5년 연속 결과보고서에 담았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2021년 정무위 국감에서 “소비자분쟁조정 처리 기간은 법상 30일”이라며 장기 처리를 비판했다. 당시 평균 처리 기간은 108.7일이었다. 이후에도 결과보고서에는 “처리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그러나 올해 소비자분쟁조정 평균 처리 기간은 189.1일로 오히려 늘었다. 이는 온라인 소비 급증 등으로 소비자 분쟁조정 건수가 2021년 4800여 건에서 2025년 1만3600여 건으로 급증한 영향이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온라인 환경 등 상황 변화에 맞춰야 한다는 국회 지적이 계속됐지만 소비자원이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결과보고서에는 보이스피싱 예방·피해 구제, 부동산 허위매물 단속·모니터링, 청약 부적격 당첨 방지 등이 5년 연속 반복 등장했다.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지연,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실효성, 응급의료 이송·수용 체계(응급실 뺑뺑이) 문제 등도 4년 반복 지적되기도 했다.
● 피감기관도 국회도 후속 조치 뒷전
이처럼 국감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의원들의 지적에 대한 이행 여부를 감시할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감기관들은 결과보고서 채택 이후 후속 조치를 시정조치보고서에 의무적으로 담아야 하지만 “시정 조치 중” “검토 중” 같은 표현으로 보고한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고서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2021∼2025년 국회가 시정·처리를 요구한 1475개 기관(연도별 중복 포함) 가운데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시정조치보고서가 공개된 기관은 744개(50.4%)에 그쳤다. 국정감사법은 16조에 “피감기관은 시정요구를 받은 사항을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사후 처리·보고 기한은 물론 공개 의무도 강제하지 않았다.
의원들 역시 ‘지적을 위한 지적’을 되풀이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도돌이표 국감’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을 준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기존에 나온 문제를 다시 꺼내 고함치는 것”이라며 “오히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국감에서 또 지적할 거리가 생겨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요즘 국감이 쇼츠 등 화제성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민생 이슈는 피감기관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언론은 물론이고 정당 자체에서 민생 쟁점도 이슈화해 피감기관 스스로 개선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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