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항모 전단 북대서양 투입·노르웨이 병력 확대… 러 잠수함 겨냥 군사력 형성
-그린란드 희귀광물·AI 감시 협력까지… 런던, 북극 공급망·기술 질서 선점 나서
[사진=그레이 다이내믹스(Grey Dynamics)]
북극이 새로운 전략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음이 물러난 바다 위로 군사 배치와 에너지, 자원 경쟁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영국이 있다. 북극 연안국은 아니지만 런던은 북대서양 해저 인프라 방어, 북극 광물 공급망 확보, 극지 기술·과학 영향력 확대를 축으로 한 장기 전략을 구축하며 이 지역 개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16일 안보 분석 기관 그레이 다이내믹스(Grey Dynamics)에 따르면, 영국은 올해를 기점으로 북극 개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단발성 군사 훈련 참여를 넘어 방위 배치와 경제 협력, 기술 파트너십까지 묶어 장기적 북극 지배력을 구축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영국이 북극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하다. 영국 전략방위검토(SDR)는 북극과 고북부 지역이 2040년 이전 여름철 사실상 ‘무빙해’ 상태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해빙이 빨라질수록 항로 접근성과 자원 개발 가능성이 동시에 높아지고, 군사적 중요성도 커진다는 판단이다.
군사 분야에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영국 국방부는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가 이끄는 항모 전단을 북대서양과 고북부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 배치는 북극 주변 해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파이어크레스트 작전(Operation Firecrest)’의 핵심 축이다.
노르웨이 북부 트롬스 지역에 있는 캠프 바이킹에 배치된 영국군 병력도 확대된다. 현재 약 1000명 수준인 병력을 향후 3년 안에 2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지역은 북대서양에서 러시아 잠수함 활동을 감시하는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영국 왕립 해병대 역시 북극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노르웨이 모엔 인근에서는 약 1500명의 해병대가 실탄 박격포 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북극권에서 실시하는 대규모 군사훈련 ‘콜드 리스폰스(Cold Response)’의 준비 과정 가운데 하나다.
영국이 주도하는 합동 원정군(Joint Expeditionary Force·JEF)도 북극 작전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덴마크·핀란드·에스토니아·아이슬란드·라트비아·리투아니아·네덜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이 참여하는 이 연합군은 올해 ‘프로텍터 라이언’ 훈련을 통해 북대서양 전역으로 작전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주요 해저 케이블과 에너지 인프라를 보호하고 합동 지휘통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르웨이와의 협력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양국 간 체결된 ‘루나 하우스(Luna House) 협정’은 두 나라 사이 가장 광범위한 방위 협력 협정으로 평가된다. 북대서양에서 공동 해군 작전을 수행하고 러시아 잠수함 활동으로부터 해저 통신 케이블과 에너지 시설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영국의 북극 전략은 군사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원과 에너지, 기술 협력까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작년 영국은 그린란드와 중요 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영국 기업들은 그린란드 광물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희토류와 전략 금속 공급망 확보 경쟁 속에서 북극 자원 접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또 약 9000만 달러 규모의 해산물 교역 관세 인하 협상도 재개했다. 북극권 경제 협력을 확대하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러시아 견제 전략이 분명하다. 영국은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를 운송하는 선박에 대해 영국 기업들이 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북극 LNG 해상 운송망을 겨냥한 조치로 올해부터 EU와 협력해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북극 감시 체계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과 아이슬란드는 AI 기반 해양 감시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북극 해역에서의 군사 활동과 항로 움직임을 분석하는 AI 기술 개발이 포함돼 있다.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도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영국은 극지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북극 기후 변화와 해양 환경을 장기적으로 관측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노르웨이와는 녹색 수소와 해상 풍력 투자를 확대하는 녹색 산업 파트너십도 추진하고 있다.
그레이 다이내믹스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영국의 북극 참여가 단순한 관찰 수준에서 전략적 지배자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이 지역은 더 이상 환경 문제만 논의하는 공간이 아니다. 해저 케이블과 에너지 인프라, 항로, 전략 자원이 얽힌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영국은 이미 그 변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극은 이제 런던에게 먼 북쪽의 바다가 아니라, 유럽 안보와 자원 공급망을 동시에 좌우할 새로운 전략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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