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진의 1937년도 작품으로 추정되는 '웅크린 아이' 조각품.
한국 최초의 조각가 정관(井觀) 김복진(1901~1940)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새 조각품이 발견돼 미술계는 물론 학계·예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소한도의 실물 유작 외 사진과 기록으로만 전해져 온 정관 작품의 출현은 진품으로 확인될 경우 한국 미술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에 발견된 조각품 ‘웅크린 아이’(가제)는 높이 23cm, 길이 30cm 크기의 소형 캐스팅 작품(Cast Sculpture)이다. 웅크린 채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은 전라(全裸) 소년의 신체 근육은 물론 슬픔과 고독, 고뇌하는 듯한 표정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특히 안쪽 허벅지 부분에 ‘井觀 37’이라는 글자가 조각도(추정)로 새긴 듯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정관 작품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안쪽 허벅지 부분에 새겨진 ‘井觀 37’
이에 동양일보와 조각가김복진기념사업회는 김복진의 1937년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에 대해 공식 검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검증 절차는 김복진 작품과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펴보되, 섣부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3단계 교차 검증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첫 번째 검증은 오는 22일 소장자의 작품보관소에서 진행한다. 한국 조각계를 대표하는 중견 조각가들이 참여해 작품의 서명 여부와 재료, 제작기법, 조형적 특징, 시대성, 보존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현장에는 지역 문화예술인과 김복진 생가마을 주민들도 함께해 역사적 순간을 지켜볼 예정이다.
1차 검증을 통과하면 탄소연대측정이 가능한 충북대 등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 재료 성분 분석 등 과학적 검증에 들어간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가 공인기관의 최종 검증을 거쳐 작품의 진위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작품이 진품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미술사에 미칠 파장은 매우 크다. 김복진의 작품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말 금속 공출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라졌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실물 작품은 4점뿐으로, 김제 금산사 미륵본존상과 이를 제작하기 전 모형작으로 만든 계룡산 소림원의 석고 마케트, 예산 정혜사 관음보살좌상 그리고 세브란스의전 러들로 교수의 퇴임 기념물로 제작된 청동 흉판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과 기사 등 기록으론 50여점 정도로 추산되지만, 학계 일부에선 그의 왕성했던 활동으로 추측하건대 수백 점이 넘을 수도 있음을 제기한다. 이번을 계기로 전국 어딘가에 숨어 있는 김복진의 작품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면 그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복원하는 것은 물론 한국 근대 미술사의 잃어버린 한 페이지를 되찾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증 프로젝트 전 과정은 동양일보와 CJB 청주방송 등 언론 취재진이 밀착 취재해 순차적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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