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다산칼럼] 대체불가 한국? 상상력이 생존 무기다

자립인가, 종속인가. 어떤 국가도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선택지가 없는 나라는 주권국이 아니다. 제대로 된 국가의 전략적 선택은 자립과 종속 사이 어딘가일 것이다.

[다산칼럼] 대체불가 한국? 상상력이 생존 무기다

자립인가, 종속인가. 어떤 국가도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선택지가 없는 나라는 주권국이 아니다. 제대로 된 국가의 전략적 선택은 자립과 종속 사이 어딘가일 것이다.

정부 여당이 외치는 ‘대체 불가 한국’이란 말이 듣기엔 좋다. 하지만 이 세상에 대체 불가 국가가 존재하기는 했던가. 패권을 다툰다는 미국, 중국조차 대체 불가 국가일 수 없다. 대체 불가 구호가 강대국에, 또 다른 나라에 어떻게 비칠지는 둘째치고, 무슨 실익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다보스포럼 연설은 이 순간에도 절절하게 와닿는다. “분절의 세계, 즐거운 허구의 끝, 냉혹한 현실의 시작”이란 진단부터 그랬다. “강자는 맘대로 하고, 약자는 응당 당해야 한다”는 형국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중 ‘멜로스 담판’에서 강자의 인식이 정확히 그랬다.

그러나 ‘압도적 물량이 압도적 승리를 가져온다’는 란체스터 법칙에도 예외는 있다. 무모한 전면전만 피한다면. “미친 행동에도 이유(질서)가 숨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나오는 이 말이 생존의 힌트처럼 들린다.

복잡한 경쟁 환경에서 숨은 질서를 읽고 살길을 찾자는 게 ‘기업 생존의 생물학(복잡계)’이다. 핵심은 세 가지다. 다양성(heterogeneity, 예상치 못한 변화 대응), 모듈성(modularity, 도미노식 붕괴 방지), 중복성(redundancy, 유사시 완충능력 확보). 모두 ‘효율성(efficiency)’ 지상주의와 배치된다. 만일을 전제로 하는 ‘회복력(resilience)’은 상응하는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국가도 다를 바 없다. 경제 통합에 따른 상호작용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지경학의 금과옥조부터 그렇다. “경제안보는 가장 취약한 고리 이상으로 강해질 수 없다”는 경고는 취약성이 곧 보복 포인트가 된다는 얘기다.

일본의 국제정치학자 히로세 요코의 <협간(挾間)국가의 지정학>은 말한다. “강대국 사이 ‘끼인 국가(in-between states)’는 ‘복선화(複線化)’가 전략적 선택”이라고. 국방·에너지·물류·금융·정보 등 국가 핵심 인프라를 단일회로로 설계하는 것은 위험하다. 동맹이든 뭐든 국가 급소를 외부에 맡기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복선회로 수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자칫하면 비용은 물론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복선화도 원칙이 있다는 게 히로세의 주문이다.

끼인 국가의 복선화가 미국과 중국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변수다.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에선 특히 그렇다. 카니 총리가 제안한 중견국끼리의 복선회로도 하나의 옵션이다. 하지만 미·중 사이 중견국이 처한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복잡다기하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미·중 강대국조차 복선화가 국가 우선순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의 공격과 견제, 특히 첨단기술 규제 법망을 피해 나갈 대체경로 찾기에 열심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이 압도하는 제조업과 희토류에 대응할 대체경로가 절실하다.

충돌하는 강대국의 복선화 수요는 끼인 국가 입장에서 보면 압박도 되지만 새로운 복선회로 생성의 기회이기도 하다. 당장 관세를 통한 미국의 대미 투자 압박이 그렇다. 대응하기에 따라서는 기업의 복선회로 재설계와 미국 첨단기술 생태계 접근의 기회가 된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식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한국 등 다수 국가와 프레임을 짜고 있다. 참여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중국을 대체할 새 경로를 찾을 수도 있다. 어쨌든 끼인 나라는 저마다 생존을 위한 최적의 복선화를 찾아내야 한다.

결국 질문은 한국의 복선화 전략은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세계가 아무리 분절돼도 타국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안보도 경제도 산업도 에너지도 과학기술도 마찬가지다. 자립이냐, 종속이냐가 아니다. 불가피한 의존을 어떤 복선화로 설계하고 주체적으로 관리할 것인가가 우리의 절대적 과제다. 강대국은 완전한 자유가 주권일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나라는 강대국의 존재라는 제약 속에 상상력을 발휘해 전략적 선택지를 찾는 것이 주권이다. 생존해야 하니까. ‘대체 불가 한국’을 외칠 때가 아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