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중동 정정 불안 속에 뉴욕증시가 이틀째 올랐다.
최근 시장을 압박하는 최대 변수인 국제유가가 반등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상승 동력 일부를 상실하면서 상승 폭은 제한됐다.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전날 개막한 GTC(GPU 기술 회의)에서 인공지능(AI) 추론 반도체 주문이 내년까지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AI등 기술주들과 항공주들이 상승 흐름을 견인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85포인트(0.10%) 오른 4만6993.2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71포인트(0.25%) 상승한 6716.0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05.35포인트(0.47%) 오른 2만2479.53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전날의 반등 동력을 이어갔다.
경제전문채널 CNBC는 비교적 건실한 경제, 물가 상승세 둔화, 강력한 기업 실적 덕분에 주식시장의 동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전쟁의 전개 상황을 주시했다.
이란의 안보 수장 격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전황 평가 회의에서 "라리자니와 바시즈 민병대 지휘관은 밤사이 제거되어, 하메네이를 포함해 이미 제거된 '악의 축' 모든 구성원이 있는 지옥의 심연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TV 성명에서 이번 암살 작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 정권의 지도부를 계속 추적하도록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 사무총장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실질적으로 이란의 안보와 대외 협상을 총괄하며 정권을 지탱해온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제3국을 통해 전달된 미국과 긴장 완화와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보도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변수로 부각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지속되며 전날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반등했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장 대비 3.2% 오른 배럴당 103.42달러에 마감했다.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9% 오른 96.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지에 대한 의구심은 고개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호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독일 등 여러 동맹국은 참여 의사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고, 다른 국가들도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폭을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한 연합 구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날은 대이란 군사 작전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나토 회원국이나 일본, 호주,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거부한 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충격이 통화정책 경로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유가 상승을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판단해 더 매파적으로 대응할 경우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분쟁이 길어질 경우 증시에 더 큰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나벨리어는 “에너지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토로증권의 브렛 켄웰은 “연준의 스탠스에 따라 단기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다는 평가도 상존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자사 주식 타이밍 지표(BETI)가 -8.3까지 하락하며 역사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매수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릭 가드너 RGA인베스트먼트 전략가는 “증시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먼저 바닥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고, 현재 밸류에이션도 신규 자금 유입에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bp 내린 4.2%에,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0.4bp 떨어진 3.676%에 각각 거래됐다.
달러는 소폭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15% 내린 99.56를 기록했다.
이날부터 18일까지 이틀 동안 열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유가 상승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판단에도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다만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말 0.25%포인트 인하 1회 정도만 반영되며, 전쟁 이전보다 완화 기대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관심은 금리 그 자체보다 함께 공개될 점도표와 경제전망요약(SEP), 그리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모아져 있다.
내일(18일)에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AI 관련주들은 대체로 흐름이 좋았다.
알파벳이 5.36달러(1.75%) 상승한 310.92달러, 아마존은 3.46달러(1.63%) 오른 215.20달러로 장을 마쳤다.
AI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관련주들도 상승세를 탔다.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 발전소를 소유한 컨스털레이션 에너지는 2.11달러(0.69%) 상승한 307.69달러로 마감했다.
소형원자로(SMR) 선두주자인 뉴스케일파워는 0.47달러(3.93%) 급등한 12.44달러로 올라섰다.
특히 AI용 메모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19.89달러(4.50%) 급등한 461.69달러, 플래시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는 16.54달러(2.35%) 상승한 720.17달러로 장을 마쳤다.
피지컬 AI 기대주 테슬라도 3.71달러(0.94%) 상승한 399.27달러, AI 방산주 팔란티어는 2.36달러(1.55%) 오른 155.08달러로 마감했다.
반면 AI 칩 업체들은 고전했다.
엔비디아가 1.29달러(0.70%) 내린 181.93달러로 미끄러졌고, 경쟁사 AMD와 브로드컴은 각각 0.14%, 1.11% 하락했다.
하지만 이날 상승을 주도한 것은 항공·여행주였다.
델타항공은 6.56%, 아메리칸항공은 3.5% 상승했다. 두 기업이 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유나이티드항공(3.22%), 사우스웨스트항공(2.21%) 모두 오름세를 탔다.
노르웨이안 크루즈 홀딩스와 익스피디아도 각각 2.2%, 4.2% 상승하는 등 여행 관련주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발표한 차량공유 업체 우버테크놀로지스 주가도 4.19% 상승했다.
금융주도 반등세를 보이며 사모신용 리스크 우려로 급락했던 전주 흐름에서 벗어났다. 블랙스톤, 아폴로, KKR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3% 이상 상승했다.
반면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업체 릴리는 투자의견 하향 여파로 58.77달러(5.94%) 급락한 930.35달러로 떨어졌다.
HSBC의 비관적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라제시 쿠마르의 HSBC 애널리스트 팀은 이날 분석 노트에서 릴리 주가가 ‘완벽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형성돼 있다면서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HSBC는 이런 전망을 토대로 릴리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목표주가는 1070달러에서 85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지속되자 다시 반등해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2.90%(2.71달러) 오른 배럴당 96.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3.20%(3.21달러) 상승한 103.4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상승폭을 확대했다.
전날 호르무즈 해협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한 연합 구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나토나 다른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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