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전 자제 메시지에도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이틀째 동반 하락했다.
전날 중동 에너지 시설 공격 난타전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 발언으로 투자심리를 강하게 압박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다만 장 막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이 더는 우라늄 농축할 능력이 없고 전쟁은 곧 끝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낙폭을 크게 줄였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3.72포인트(0.44%) 내린 4만6021.4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21포인트(0.27%) 밀린 6606.4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61.73포인트(0.28%) 하락한 2만2090.69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소형주 2000개로 구성된 러셀2000은 16.07p(0.65%) 상승한 2494.71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이 조기에 끝나고 연준이 금리 인하 행보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장은 전날 분위기가 유지되면 출발은 좋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중동 에너지 시설 난타전으로 번지면서 브렌트유가 100달러가 웃도는 등 국제유가가 상승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언급한 매파 발언, 그리고 예상을 웃돈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촉발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 등도 지수 하방 압력을 가했다.
그러던 것이 국제유가가 하락 전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제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장중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5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브렌트유도 106달러 선으로 밀렸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협력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지원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최악의 공급 차질 시나리오가 일부 완화된 영향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이 투심을 더욱 북돋웠다.
네타냐후 총리는"이스라엘이 정보 제공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란은 우라늄 농축과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상실했고 전쟁도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도 사우스 파르스 시설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시지의 핵심은 사우스 파르스, 더 넓게 보면 에너지 인프라까지 공격 대상에 넣는 '확전'은 서로 피하자는 쪽으로 읽혔다.
하지만 전쟁광으로 비쳐질 정도의 강경파로 정평이 나 있는 네타냐후의 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트럼프의 그것보다 훨씬 컸다.
그러나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 요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3주째 이어진 중동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원유뿐 아니라 휘발유, 항공유, 액화가스(LNG)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경고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석도 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야스는 “전쟁이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한 베팅”이라며 “유가 급등은 결국 기업 마진과 소비를 압박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채권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미 국채 금리는 장중 상승했다가 이후 일부 하락하며 큰 변동성을 보였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5.6bp 급등하며 3.8%까지 치솟았다.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됐다.
특히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고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단기 국채 금리가 급등해 글로벌 채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업종별로는 에너지를 제외한 전 업종이 하락했다.
대형 기술주들은 대부분 하락했다.
M7의 경우 엔비디아(-1.02%), 알파벳(-0.19%), 애플(-0.39%), 마이크로소프트(-0.71%), 아마존(-0.52%). 메타(-1.46%), 테슬라(-3.18%) 등 모두 하락했다
전날 마이크론이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17.46달러(3.78%) 급락한 444.27달러로 떨어지면서 엔비디아에 악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론의 주가 하락은 향후 공급 부족이 해결되고 과잉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2분기 자본지출이 5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2% 급증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인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의 약세는 웬만한 깜짝 실적으로는 투자자들을 환호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테슬라는 차랑공유업체 우버와 전기차 업체 리비안의 협력 발표로 된서리를 맞았다.
우버가 리비안에 1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2031년까지 로보택시 군단을 최대 5만대 확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 테슬라를 압박했다.
테슬라가 아직 호출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한 가운데 우버와 리비안이 치고 나가면 시장 선점 효과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로보택시는 테슬라의 핵심 미래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다.
반면 AI 방산기업 팔란티어는 1.90% 반등했다.
금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광주인 뉴몬트는 주가가 7.39% 급락했다.
반면 유가 급등의 수혜를 입은 에너지 기업들이 시장의 하락세 속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APA는 3.96% 상승했고, SLB와 베이커 휴스는 각각 5.52%, 5.62% 올랐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와 중동 에너지 인프라 타격 우려 속에 국제유가는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의 종가는 배럴당 108.65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2% 상승했다.
한 때 119.13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유조선에 실린 채 묶여 있는 1억 40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조만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상승폭을 줄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4월 인도분 기준 배럴당 96.14달러로 전장보다 0.2% 하락했다.
WTI 가격은 미국이 원유 수출 제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에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선을 웃돌았으나 이후 빠른 속도로 상승 폭을 반납하고 전장 대비 하락 전환했다.
WTI는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0달러 넘게 낮게 거래되고 있으며, 두 유가 사이의 갭은 11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중동전쟁 장기화 우려에도 강달러와 고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급락하며 7거래일 연속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천605.7달러로 전장보다 5.9% 하락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도 전장보다 4.3% 하락한 온스당 4천612.21달러에 거래됐다.
4월 인도분 은(銀) 선물 종가는 온스당 70.97달러로 전장 대비 8.2% 하락했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연내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게 금, 은 등 귀금속 가격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이 이날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제기하며 금리를 동결하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를 끌어올렸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이자를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이후 가격이 많이 오른 금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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