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뉴욕 증시가 다시 급락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유가 급등, 기술주 전반의 차익실현이 겹치면서 26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1.01%, S&P500은 1.74%, 나스닥은 2.38%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은 지난해 10월 말 고점 대비 10.7% 밀리며 다시 조정국면에 들어섰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8% 떨어지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웠다. 특히 시장은 전쟁 장기화가 유가를 자극하고, 다시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을 통해 성장주 할인율을 끌어올리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질수록 기술주와 신흥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는 구조다.
시장 충격은 곧바로 서울로 번졌다. 27일 오전 코스피는 장 초반 5294.81까지 밀리며 전 거래일보다 3.03% 하락했고, 코스닥도 1119.56으로 1.50%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1508.6원에 개장한 뒤 오전 10시 10분 기준 1510.3원까지 올라 외환시장 불안도 동시에 커졌다. 전쟁 리스크, 고유가, 고환율이 한꺼번에 겹치는 전형적인 ‘삼중 압박’ 장세가 재연된 셈이다. 환율이 다시 1510원선을 넘보자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재부각됐고, 장 초반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전일 오후 553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5200선대로 주저앉은 점도 불안 심리를 키웠다.
◆반도체주에 번진 뉴욕발 충격
이번 조정의 핵심은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다. 미국 증시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고,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이 동반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구글이 24일 공개한 AI 압축 기술 ‘터보퀀트’가 KV 캐시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해석까지 확산됐다. 기술 혁신 그 자체보다도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반도체 업종에 차익실현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까지 AI 수요 기대를 타고 가파르게 오른 메모리주가 작은 악재에도 크게 흔들리는 이유다.
◆고유가·고환율이 한국 증시 더 흔든다
한국 증시가 미국보다 더 크게 흔들리는 배경에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원재료 흐름이 불안해질수록 한국은 물가와 기업 비용, 환율이 동시에 압박받는다. 실제로 국제유가 급등 이후 정부는 27일부터 5조원 규모 긴급 채권 매입에 나섰고,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유가 상한 조정, 나프타 수급 관리 강화 등 비상조치를 내놨다. 시장 충격이 단순 주가 조정을 넘어 채권, 환율, 실물물가로 번질 가능성을 선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에너지 가격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정유·석유화학·운송·항공 등 원가 민감 업종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대목이다.
◆관건은 전쟁 변수와 수급 회복
당분간 국내 증시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외국인 수급이 엮인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일부 낮아졌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결국 반등의 조건은 분명하다. 중동 사태의 추가 확산이 진정되고, 환율이 1500원선 안팎에서 안정을 찾으며,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돼야 한다. 오늘 오전 서울 증시는 단순한 하루 조정이 아니라, 뉴욕발 기술주 충격과 전쟁 리스크가 한국 시장 구조의 취약한 고리를 다시 시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도체 강세에 기대어 달려온 국내 증시가 이제는 유가와 환율, 지정학 변수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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