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 인프라가 취약하다. 부산지역 대학에서 이 분야 우수 인재를 길러내도 이 인재들은 졸업하고 나면 취직할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 분야 인재를 육성하는 학과와 교수의 시선은 수도권 대기업을 향한다. 뻐꾸기가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낳고 키우도록 한 뒤 새끼를 데려가 버리는 ‘뻐꾸기 탁란(托卵)’ 현장 같다.
인력난을 겪는 부산지역 관련 기업들은 인근 지역 인재를 흡수한다. 서부 경남 인재들은 창원으로, 창원 인재들은 부산으로, 부산 인재들은 강남과 판교로 향한다. 부산 경남 울산은 한 뿌리이면서도 서로 미묘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도 한몫을 한다.
한국 반도체 대기업들은 메모리 분야의 대규모 생산라인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그렇다. 게다가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1차 협력사는 국내에만 400~500개, SK하이닉스는 100~120개사로 추정된다.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수백 개 업체들은 부산지역 우수 인재까지 흡수해 성장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부산지역 대학에서 채용 설명회를 여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재를 데려가기 위해서다.
국비 지원, 지자체 예산을 들여 키운 인재가 수도권으로 향하는 것은, 인력 유출을 넘어 부산이 가져야 할 ‘미래의 성장 기회’마저 박탈되는 것을 뜻한다.
부산의 인력 유출은 대학 입학 때 1차로, 대학 졸업 때 2차로 이뤄진다. 부산은 스타트업 요람이지만 그 결실은 판교 몫이다. 부산은 첨단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매출 50억 원 정도로 성장한 기업들은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업이 떠나면 직원은 물론 가족도 떠난다. 3차 유출이다. 수도권에 터를 잡은 자녀들이 성장하면 지역에는 어르신 홀로 남는다. ‘어르신 돌봄’도 상황에 따라서는 자녀가 있는 수도권에서 이뤄질 수 있다. 4차 유출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전북지역의 반도체 생산라인 새만금 유치 운동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본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새만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 결단을 촉구했다.
용인이든, 기흥이든, 삼성전자든, SK하이닉스든 수도권 인적·물적 자원만으로 첨단 반도체 사업을 하기 어렵다. 타지역으로부터 인적 자원, 전력 자원, 수자원을 공급받아야 한다. 부산에 반도체 생산라인이 옮겨 온다면 세계 최대 원자력 단지인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에서 전력을 바로 공급할 수도 있다. 원전에서 전기를, 낙동강에서 수자원을, 부산 울산 경남에서 인력을 근거리에서 공급받는다.
부산은 전력반도체를 설계·생산하고 우수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세계적인 반도체 관련 후방 산업체이자 부품 업체인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이 있으며 독보적인 반도체 후공정 업체 리노공업이 소재한다. 부산에서도 ‘소부장’은 물론 반도체 산업도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자동차 산업, 로봇, 기계 산업과의 시너지도 가능하다. 메모리도 가능하고 첨단 반도체 설계도 할 수 있다. 용인지역에서 새만금의 반도체 라인 유치 운동에 움찔했다면 부산이라 안된다는 법은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얼마 전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국회 다수당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 법안에는 첨단산업·금융·물류 앵커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근거(관세 법인세 대폭 완화, 첨단 산업 자금 지원 등)가 담겼다.
‘첨단 대기업 생산라인 유치’라는 기회가 무르익으면 부산지역 모든 정치인은 단체 삭발이라도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우리 동네에 국비 몇 억 원 따왔다’고 홍보할 때가 아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첨단 대기업 유치 없이 부산 인재 유출은 지속된다. ‘뻐꾸기 탁란’ 같은 현상이 부산에서 지속되면 경남 울산도 영향 받는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새끼가 둥지에서 밀려나면 치명상을 입는다.
정옥재 서울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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