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2일 여수 소노캄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6 미래포럼에서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바꾸는 통합특별시 100일!’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광주와 전남이 1986년 분리 이후 40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오는 8일 출범 100일을 맞는다. 인구 320만 초광역 지방정부는 80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라는 굵직한 성과를 냈지만, 국립 의대·조직개편 등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은 숙제로 남았다. 행정구역을 합친 ‘물리적 통합’을 넘어 마음을 모으는 ‘화학적 통합’이 100일 이후의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반도체·폐수처리…‘통합의 힘’ 확인
통합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난 분야는 호남이 그동안 갈망했던 첨단산업 유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군공항 일대에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를 짓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광주의 부지와 전남의 전력·용수를 결합한 결과물이다. 통합시는 2030년 6월 첫 양산을 목표로 군공항 내 잉여부지 약 63만평을 우선 개발할 계획이다. 정부의 통합 재정인센티브 최대 20조원 가운데 6조원도 반도체 기반시설과 인력 양성에 투입한다.
시·도간 행정 칸막이가 사라진 효과도 확인됐다. 통합시는 지난달 18일 장성군과 협약을 맺고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추가 투자에 필요한 하루 5천500t의 폐수를 장성 공공폐수처리장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협의부터 협약까지 이틀이 걸렸다. 민형배 시장은 "통상 수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는 협의"라며 "행정의 칸막이가 걷히니 기업의 요청에 답하는 속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장기 표류하던 군공항 이전도 반도체 일정과 맞물리며 무안을 이전 후보지로 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2028년 중순으로 제시된 군공항 임시배치 완료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아직 주민투표 등 난관이 남았지만, 한 울타리에 든 광주와 무안이 함께 문제를 풀고 있다는 점은 통합의 성과로 꼽힌다.
◇ 님비·핌피에 갈라진 민심
그러나 통합의 대의에 가려졌던 갈등은 출범 직후 잇따라 분출했다. 기획·예산·인사 등 핵심 부서 배치를 두고 광주와 전남 동·서부권이 맞서면서 공무원 결의대회와 시민단체 기자회견이 이어졌고, 광주청사 앞에는 근조 화환까지 놓였다. 진통 끝에 4실·7본부·28국, 정원 1만1천178명 규모의 조직개편안이 시의회를 통과해 특별시 출범 100일만에야 새 체제가 가동된다. 광주·무안·순천 3개 청사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행정 효율과 지역 균형을 함께 잡아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국립 의대 문제는 동·서부 갈등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통합시가 순천대를 후보 대학으로 선정하자 목포대가 효력정지를 신청했고, 광주지법은 지난 2일 이를 각하했다. 하지만 서남권에서는 즉시 항고와 시민사회 공동 대응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반도체 투자가 광주에 집중되면서 ‘빨대 효과’와 전남 소외론도 커지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유치 경쟁과 기피시설 ‘밀어내기’도 예고돼 있다. 광주 5개 자치구는 전남 22개 시·군에 비해 권한이 적다며 자치권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 "마음은 아직 하나가 아니다"
이제는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5일 "통합이 됐는데도 마음은 아직 하나가 아니다"며 "광주와 전남이 아직도 내 권역에 들어오는 사업은 우리 일이고, 상대 권역으로 가면 남의 일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오히려 키우는 모습을 보였다"며 "통합이라는 기회를 살리려면 정치와 행정이 공론의 장을 열고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추진력을 앞세운 ‘돌파형’을 넘어 이견을 풀어가는 ‘통합·설득형’ 리더십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이 확정됐고 논의 중인지, 어떤 기준으로 결론을 낼지 먼저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듣는 것이 회의론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6일 시민추천제로 지명된 두 부시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12일 첫 시정질문, 22일 국정감사로 이어지는 이달이 통합 시정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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