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 임대차 규제 강화… 민간거래 절벽 속 제도적 보완 절실
▲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으로 인해 법적 허용 사유를 제외하면 개인 간 임대차는 모두 불법이다. (AI로 제작한 이미지). / 중부매일
[중부매일 신서희 기자] 평생을 흙과 함께하며 일군 부모님의 소중한 유산인 ‘농지’가 외지로 나간 자식들에게는 때아닌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상속을 받더라도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 도심 속 직장인들은 밭을 갈 수도, 제값에 팔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과거처럼 고향에 남은 이웃 주민이나 친척에게 알음알음 농사를 부탁하던 농촌의 오랜 관행은 이제 엄격한 법의 잣대 앞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5월 국회 통과 ‘농지법 개정안’… 동네 임대 관행에 철퇴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농지 투기와 규제 회피를 막기 위해 역대급으로 강력한 단속과 제재 규정을 담고 있다.
개인이 임의로 이웃에게 농지를 빌려주는 이른바 ‘개인 간 임대차’는 법적 허용 사유를 제외하면 모두 불법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불법 임대차를 적발하기 위해 ‘신고 포상금’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서로의 사정을 뻔히 아는 동네 사람들끼리도 이제는 마음 놓고 땅을 맡길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 임대가 적발될 경우, 지자체의 ‘농지 처분명령’이 의무화됐다. 과거에는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적발 즉시 처분 절차를 밟아야 하며 매년 공시지가의 일정 비율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다. 또한 사상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와 농지조사원의 토지 무단출입 권한까지 명문화되어 감시망이 촘촘해졌다.
다만 상속인이나 이농자의 경우 기존에 있던 농지 소유 상한(1만㎡) 규정은 폐지됐다. 대신 해당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반드시 위탁해 임대하도록 의무화하는 조건이 붙었다.
◇“팔리지도 않고 답답합니다”… 40대 직장인 A씨의 눈물
강화된 규제는 고스란히 상속인들의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충북 오창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최근 농지를 상속받은 40대 직장인 A씨는 심각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는 “하던 일을 당장 그만둘 수도 없고, 자식이 여러 명이라 땅을 쪼개 받아서 각자 자기 땅에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한다”며 “파파라치(신고 포상금) 대상이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동네분들에게 소작을 주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형제 한 명에게 명의를 몰아주려 해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여세와 취득세 등 막대한 세금 부담 탓에 가족 간 합의가 쉽지 않다”며 “팔려고 부동산에 내놔도 농지 거래가 뚝 끊겨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 부모님 평생의 땀이 서린 유일한 재산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청주에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이모씨도 증여받은 고향 농지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은 이웃에게 빌려주고 있었지만 신고 포상금 등 강화된 법 때문이다.
이씨는 “사업체를 다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며 “팔려고 내놔도 평당 9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떨어지기만 하고 거래가 절벽이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답답한 마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헐값 매각 구조에 커지는 농가 불만… 농어촌공사 “임대수탁 활용해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가 막힌 농지들이 합법적으로 향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공공기관뿐이다.
상속인은 한국농어촌공사(농지은행)에 농지를 위탁하거나 처분해야만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다. 공사는 이렇게 사들인 땅을 청년 귀농인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주며 청년 정착 지원 제도로 활용하고 있다.
정책적 취지는 긍정적이나, 민간 거래가 단절된 상태에서 사실상 공공기관에 수수료를 내고 위탁하거나 헐값에 매각해야 하는 구조 탓에 소유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결국 평생 논밭을 일군 농민들의 피땀 어린 자산이 까다로운 규제 속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지키지 못한 채 처분될 위기에 놓이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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