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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논설실의 서가] 질병의 과학에서 인간의 서사로

저자는 치과의사로 출발해 의과·치과대학에서 인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독특한 이력의 학자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몸으로 겪은 세대인 그는 인간의 몸을 단순한 생물학적 대상이 아니라 시대와 기억, 사회와 관계가 축적된 존재로 바라본다.

[논설실의 서가] 질병의 과학에서 인간의 서사로

몸의 인문학

강신익 지음 / 지식공작소 펴냄

몸의 인문학. 지식공작소 제공

저자는 치과의사로 출발해 의과·치과대학에서 인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독특한 이력의 학자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몸으로 겪은 세대인 그는 인간의 몸을 단순한 생물학적 대상이 아니라 시대와 기억, 사회와 관계가 축적된 존재로 바라본다. 오랫동안 ‘몸과 삶의 철학’을 탐색해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다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몸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이해하며 살아야 하고, 오늘날 의료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책은 몸을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삼는다. 몸은 단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곧 ‘나 자신’이며, 인간은 몸으로 느끼고 관계 맺으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기반으로 책은 플라세보(가짜약 효과)와 돌봄, 서사의학 등을 통해 인간 중심 의학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의료가 기술 중심적 접근을 넘어 몸과 삶을 함께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병이 없는 상태로서의 건강이 아니라, 변화하는 삶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참살이’라고 밝힌다. ‘잘 있기’(well-being)보다는 ‘잘 되어가기’(well-becoming)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인간의 몸을 단순히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현대 의료의 한계를 되묻는다. 신경과학과 진화생물학, 철학과 사회학, 면역학과 서사의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의료의 새 방향을 모색한다.

저자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이 인간의 몸까지 데이터화하는 시대일수록 몸을 삶과 관계된, 기억과 의미가 축적된 존재로 이해하려는 시선이 더욱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평균수명은 길어졌지만 우울과 불안, 고독이 커지는 현실 속에서 인간다운 삶과 의료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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