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호무역 속 국내 생산기반 위기
공장가동률·고용·부품생태계 동시 방어
자동차산업 위기 우려 속 노·사 한목소리. 사진=KAMA
[포인트데일리 성창훈 기자] 자동차산업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노동계와 산업계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정부에 전기차 중심의 국내 생산 유인책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와 중국 전기차 공세가 맞물리면서 국내 생산 기반 약화 우려가 커지자, 노·사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등 4개 단체는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고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정부와 국회에 공식 요청했다.
이번 건의는 자동차 산업 노·사가 미래차 전환 대응을 위해 공동으로 정책 제안을 내놓은 첫 사례로 평가된다. 현장에는 산업계와 노동계를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국내 생산 기반 유지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건의문의 핵심은 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를 국내생산촉진세제 적용 대상에 포함해 생산과 고용을 동시에 지키자는 데 있다. 해당 제도는 전략 산업 제품의 국내 생산 및 판매 실적에 연동해 법인세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오는 7월 세제개편안 반영을 검토 중이다.
노·사는 자동차 산업이 국내 제조업 출하액의 14.1%를 차지하고, 직·간접 고용 156만 명을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간 수출액 역시 900억 달러를 웃돌며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생산 기반 유지가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 환경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최대 35% 수준의 상계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 또한 반도체와 전기차 등 전략 산업에 대해 생산량 연동 세액공제를 도입하며 자국 내 제조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미래차 전환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생산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업계는 이 같은 정책 공백이 장기적으로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과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사는 국내생산촉진세제가 도입될 경우 전기차 생산 확대를 통한 공장 가동률 제고와 국산 부품 사용 증가, 부품업계의 사업 전환 가속화 등 연쇄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중소 부품업체와 노동시장 전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도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공급망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생산 기반을 국내에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의 재편을 의미한다”며 “생산 거점을 지키지 못하면 부품·소재·서비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사는 이번 공동 건의를 계기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책 대응 시기를 놓칠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세제 개편 방향에 따라 국내 전기차 생산 전략과 투자 흐름이 좌우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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