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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재계, '진퇴양난' 속 리스크 보완 명확한 '가...

사진=AI 한국금융경제신문=허지현 기자 | 시행 전부터 산업계의 거센 반발과 우려를 샀던 '노란봉투법'이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재계, '진퇴양난' 속 리스크 보완 명확한 '가...

노란봉투법 시행 후 선례와 범법 사이 진퇴양난에 빠진 재계 기업들의 모습. 사진=AI

한국금융경제신문=허지현 기자 | 시행 전부터 산업계의 거센 반발과 우려를 샀던 ‘노란봉투법’이 대한민국 산업 현장을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재계는 “우려했던 재앙이 현실이 됐다”며 좌불안석의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 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빗발치면서 기업들은 진퇴양난의 늪에 빠졌다.

◆한 달 만에 쏟아진 교섭 요구 1000건…마비된 노사 행정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재계가 집계한 하청 및 협력사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는 이미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수치로, 노란봉투법의 핵심인 ‘사용자 개념의 확대’가 실무 현장에서 어떤 영항력을 가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사용자성을 인정받았으나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모두 사용자로 본다. 이 모호한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문구가 ▲대형 제조사 ▲건설사 ▲IT 플랫폼 기업들을 한꺼번에 교섭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인력거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국가산단 내 대기업들은 매일 아침 배달되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청 공문을 처리하느라 본연의 경영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한 하청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수십 개에 달하는 다른 협력업체 노조들이 줄지어 교섭을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에 기업의 선택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응하면 선례, 무시하면 범법’…진퇴양난의 기업들

현재 재계가 가장 고심하는 지점은 법적 기준의 불투명성이다. 어떤 기준에 의해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실질적 지배력의 범위인지에 대한 명확한 사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세부 시행령이 부족한 상태에서 법이 먼저 시행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교섭에 응하자니 향후 모든 하청업체 노조와 개별 교섭을 해야 하는 ‘교섭 지옥’이 열릴까 두렵고, 응하지 않자니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가 생길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앞뒤가 막힌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기업들이 선뜻 교섭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하청업체의 교섭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는 곧 “원청이 사용자성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강력한 증거로 남게 된다. 이는 추후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다른 법적 분쟁에서 기업에 극도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의 나비효과…거버넌스 붕괴와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노사 관계의 변화를 넘어 기업의 거버넌스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기존의 수직적 협력 관계와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가 상시 교섭 체계로 치환되면서 경영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노무 리스크가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대규모 설비 투자나 신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으며,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사용자 개념 확대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의 노동 유연성 결여와 법적 불안정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원청 기업들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하청 구조를 축소하거나 자동화 도입을 서두르면서 오히려 하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는 현재의 혼란을 잠재울 유일한 방법은 정부와 국회의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현장에 던져진 법안은 결국 소송 남발과 산업 현장의 물리적 충돌만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산업 현장은 상생이라는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하청 노동자의 권익 보호라는 가치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그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권이 침해되고 예측 불가능한 법적 리스크가 산업 전체를 짓누른다면 이는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현장의 비명을 외면하지 말고 조속히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며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명확한 자와 규격’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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