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9일 청와대에서 출범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중단된 노사정 대화가 15개월 만에 재개됐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토론회를 주재하며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한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외면한 현안이 있다.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이다. 원청에 하청 노조와 교섭할 의무를 지우는 이 법은 지난 10일부터 시행 중이다. 시행 첫날에만 40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 소속 조합원 8만1600명이 221개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했다. 이튿날에는 453개 노조, 248개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플랜트건설노조가 원청인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예고하기도 했다. 직접적 고용관계가 없는 원청에 교섭을 강제하는 이런 요구가 실제 관행으로 굳어지면 하도급을 쓰는 모든 기업이 잠재적 교섭 대상이 된다. 다단계 하도급이 일반화된 제조·건설 현장에서는 원청 하나가 수십 개 하청 노조와 동시에 교섭 테이블에 앉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산업 평화가 무너지고 분규가 불붙을 수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원청의 하청 착취 구조를 비판하고 비정규직 차별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 처방으로 내세운 노란봉투법이 현장에서 어떤 혼란을 낳고 있는지는 이날 논의되지 않았다. 오히려 노측 참석자가 정부를 향해 모범적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법 해석 지침에서 정부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이야말로 법 시행 후 9일간의 현장 충격을 점검할 최적의 기회였으나, 그 기회를 날렸다.
사회적 대화의 가치는 정부와 정치권이 밀어붙인 입법을 추인하는 데 있지 않다. 불편한 현실을 함께 직시하는 데 있다.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 2.0'을 자임한다면, 이미 시행된 법의 부작용을 첫 의제로 올리는 용기를 보였어야 했다. 노사 합의 없이 입법부터 앞세운 잘못을 경사노위가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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