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미국 내 생체정보 무단 수집 소송이라는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원고측의 기술 공세로 기업 내부 기밀이 노출되는 강제 증거조사 단계에 진입하며, 기술 보안과 대외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기획에서는 ‘실질적 피해’ 입증이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된 소송 과정을 분석하고, 글로벌 사업의 성패가 걸린 법리적 쟁점과 향후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사진=스노우 홈페이지 갈무리
네이버와 스노우, 라인 등을 상대로 제기된 미국 내 생체정보 무단 수집 집단소송이 강제 증거조사(Discovery) 단계에 돌입하면서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네이버 측이 자료 제출을 미루며 방어막을 치자 원고 측은 법원의 기각 결정을 번복시키고 미국 내 관계사를 조준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결국 법원이 원고 측의 이의 제기를 수용해 스노우(SNOW) 법인들에 대한 기각 판결을 번복하면서 소송망을 벗어나려던 네이버 계열사들의 시도는 다시 제동이 걸렸다. 나아가 원고 측은 핵심 피고들이 단 한 건의 문서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실물 매장을 운영하는 관계사 ‘라인프렌즈(LINE Friends)’에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해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 법원, 스노우 관련 기각 범위 조정…B612 쟁점 유지
앞서 2023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원고 측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며 소송의 핵심인 강제 증거조사 개시를 명령했다. 하지만 원고 측이 네이버 본사와 함께 공동 책임으로 엮으려 했던 계열사 스노우 법인들(SNOW Corp., SNOW Inc.)에 대한 청구는 위법 행위 귀속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원하는 증거개시는 이끌어냈으나 계열사 타격에 실패한 원고 측은 한 달 뒤인 11월 17일 스노우 법인들을 소송망에 다시 묶어두기 위해 법원에 ‘부분 명확화 및 재고(Reconsideration)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원고 측은 법원의 기각 판단이 ‘라인 메신저(LINE Messenger)’ 관련 주장에 한정된 것이며, B612 앱 관련 주장까지 포함해 기각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달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고 측은 스노우 법인들이 집단소송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B612’ 앱을 소유·운영했다는 사실을 기각 신청서 등에서 스스로 인정(Conceded)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스노우 측이 B612 앱을 통해 이용자들의 생체 정보와 식별자를 수집했다는 사실을 법원이 간과했다며 해당 법인들이 소송 범위에서 제외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스노우 피고들에 대한 기각을 ‘라인메신저’ 관련 주장으로 한정하고, ‘B612 관련 주장’은 기각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사진=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 연방지방법원
나아가 자회사인 스노우 아이엔씨(SNOW Inc.)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미국 현지 앱 마켓에서 B612 앱의 공식 퍼블리셔(Publisher) 역할을 수행했다고도 주장했다. 이는 스노우 법인들이 미국 내 앱 보급과 데이터 수집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앞선 기각 판결을 뒤집었다. 2023년 12월 5일 법원은 기존 명령을 수정(Modify)하는 결정을 내리며 스노우 피고들에 대한 기각은 ‘라인 메신저’ 관련 혐의에만 국한될 뿐, ‘B612’ 앱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기각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스노우 법인들은 B612 앱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 계속해서 본안 심리와 증거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원고 측의 전략으로 조기 기각을 통해 방어선을 축소하려던 네이버 측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 문서 제출 지연 쟁점…증거조사 범위 공방
원고 측이 스노우를 다시 소송에 포함시킨 이후, 양측은 본격적인 서면 공방을 앞두고 일정 조율에 나섰다. 2023년 12월 19일 원고와 네이버 측은 앞으로 진행될 절차와 관련해 피고들의 소장에 대한 답변 기한을 연장하는 합의 문서(Stipulation)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진행된 증거조사(Discovery) 과정에서는 네이버 측의 자료 제출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고 측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따르면 원고 측은 앞서 2021년 9월 15일 피고들에게 초기 문서 제출 요구서를 송달했다.
하지만 원고 측은 해당 서면을 통해 초기 요구서를 송달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어떤 피고 법인으로부터 단 한 건의 문서조차 제출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네이버 측이 특정 요청에 대해 문서를 제출하겠다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고 측은 “피고들이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문서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법원에 주장했다. 사진=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 연방지방법원
네이버 측은 이러한 자료 제출 보류의 근거로 관할권 증거조사의 유예를 내세웠다. 원고 측 서면에 따르면 네이버 측은 법원이 관할권 증거조사의 범위에 대해 판결할 때까지 조사가 유예(stayed)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2023년 11월 14일 심리(Case Management Conference)를 통해 증거조사 진행 원칙을 명확히 했다. 법원은 관할권을 인정한 피고들에 대해서는 증거조사를 진행하고, 관할권 증거조사 범위와 시기를 결정 중인 피고들에 대해서만 조사를 일시 중단(pause)한다고 지시했다.
이러한 재판부의 지시와 지속적인 양측의 협의에도 네이버 측 소속 피고 법인들의 문서 제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피고들로부터의 직접적인 자료 확보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원고 측은 결국 미국 내 실물 매장을 보유한 관계사로 방향을 틀어 새로운 증거 확보를 시도하게 된다.
◆ 라인프렌즈 소환장 취소 신청…제3자 증거조사 공방
원고 측은 앞서 조준했던 라인프렌즈(LINE Friends Inc.)를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원고 측은 2023년 10월 31일 라인프렌즈에 21개 항목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소환장(Subpoena)을 발부했다.
원고 측은 실물 매장과 영업망을 갖춘 라인프렌즈가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매장을 통해 라인 메신저 캐릭터 상품과 스티커 등을 판매하며 미국 내 이용자 기반 확장을 주도하는 핵심 마케팅 창구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 6개뿐인 라인프렌즈 스토어 중 하나가 LA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이 매장이 캘리포니아 내 앱 홍보를 위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라인프렌즈가 네이버 계열사들(LINE Euro-Americas, Naver Cloud America, Snow Inc. 등)과 송달대리인(Agent for service of process)을 공유할 만큼 긴밀히 얽혀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라인프렌즈 측은 반발했다. 이들은 2023년 11월 14일 원고 측의 방대한 자료 요구가 과도하게 포괄적이고 부당한 부담을 준다며 법원에 소환장 취소 신청(Motion to Quash)을 제출했다.
라인프렌즈 측은 원고의 자료 요구가 제3자인 자사에 ‘과도한 부담(undue burden)’을 준다며 소환장 취소를 신청했다. 사진=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 연방지방법원
라인프렌즈 측은 관할권 증거조사에 제한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제3자를 향한 조사는 부당하며, 원고 측이 원하는 자료는 자신들이 아닌 소송 당사자인 피고 법인들로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자신들은 쟁점이 된 라인 메신저나 B612 앱을 소유하거나 운영한 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원고 측은 2024년 1월 17일 반박 서면(Opposition)을 제출하며 라인프렌즈의 주장을 일축했다. 원고 측은 핵심 피고들이 2년 넘게 단 한 건의 문서도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제3자인 라인프렌즈를 통한 자료 확보 시도는 정당하다고 맞섰다.
원고 측은 라인프렌즈의 전체 직원 조직도, 미국 고객 인구통계, 매장 내 앱 관련 상품 매출액, 본사와의 마케팅 지시 소통 내역 등 민감한 영업 자료들을 제출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본사와의 연결고리를 입증하려는 원고 측과 소환장을 무효화하려는 라인프렌즈 간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자료 확보를 둘러싼 양측의 법정 공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처럼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기업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법무법인 유한 대륙아주 변호사는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사실상 국민의 일상생활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수동적으로 법적 규제를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의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신뢰까지 보호하겠다는 능동적인 자세로 개인정보 보호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 많은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비용’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플랫폼 기업들이 앞장서서 개인정보 보호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진보적인 정책을 시도한다면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우리 사회∙기업 전반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 시점 요약 타임라인>
2023.11.17:
원고측, 법원의 기각 신청 부분 인용 결정에 대해 일부 혐의를 재고하거나 명확히 해달라는 취지의 판결 수정 요청(Motion for Reconsideration) 및 명령 초안을 제출.
2023.12.05:
법원, 원고측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여, 스노우(SNOW) 측에 대한 기각 범위를 라인 메신저 관련으로 한정하고 B612 앱 관련 혐의는 유지하도록 기존 오더를 수정.
2023.12.19:
피고 네이버와 라인측, 법원의 결정에 따른 향후 증거조사 범위와 일정 등을 조율하기 위해, 재판부에 추가적인 기한 연장 합의서(Stipulation)를 제출.
2024.01.17:
원고측, 관할권 입증을 위해 미국 내 실물 매장을 운영 중인 라인프렌즈(LINE Friends Inc.)에 소환장을 송달하고, 이에 대한 피고측의 취소 신청에 대응해 자료 제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서면을 제출.
※ 용어 설명
부분 명확화 및 재고 허가 신청(Motion for Partial Clarification and/or Reconsideration):
재판부의 기존 판결 중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해석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재판부가 간과한 사실관계 및 법리적 오류를 근거로 앞선 결정을 다시 검토해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법적 절차.
조사 유예(Stayed):
법원이 관할권 성립 여부 등 특정 핵심 쟁점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피고 측의 방대한 자료 제출이나 강제 증거조사 등 후속 법적 절차의 진행을 일시적으로 중단(보류)시키는 법적 조치.
소환장 취소 신청(Motion to Quash):
원고 측이나 법원이 발부한 소환장 및 자료 제출 요구가 법적 범위를 벗어났거나,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과도한 부담(Undue burden)을 지운다고 판단될 때 이를 무효화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방어 절차.
박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네이버
#라인
#스노우
#집단소송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