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숨진 부천 사립유치원 20대 교사
전교조, 생전 카카오톡 대화 일부 공개
'B형 독감' 확진 이후에도 계속 출근해
2주 후 사망… 유치원, 사직서 조작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부천 사립유치원 교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 조합원이 지난달 중순 사망한 유치원 교사 A씨의 '타임라인'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전교조 제공
"너무 아파서 눈물 나. 목은 어제보다 더 아파. 기침 어제보다 더 해."
경기 부천의 사립유치원에서 고열 독감을 애써 참으며 근무했던, 그러다 결국 지난달 중순 세상을 떠나 버린 20대 교사 A씨가 생전 지인과 거의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이랬다. 시점은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기 이틀 전인 1월 29일. 당시 A씨는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도 사흘간 출근해 업무를 봤고, 2주 후쯤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A씨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도 병가를 주지 않았던 유치원은 그의 입원 기간 중 사직서를 허위로 꾸민 뒤 면직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생전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A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격무에 시달렸던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화였다. 전교조는 "사립유치원이 얼마나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지 보여 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독감 걸려 마스크 출근' 알리자… 원장 대답은 "네"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일하던 20대 교사 A씨가 B형 독감 확진 판정 이후인 1월 27일, 유치원 원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A씨가 감기 증상을 앓기 시작한 건 1월 26일 전후쯤으로 보인다.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에서 그는 "몸이 아프다. 재채기하고 기침하고 교무실에서 혼자 난리도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퇴근 후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진료가 마감된 뒤였다. 지인이 건네준 약을 먹고도 38도 고열이 내리지 않자, A씨는 이튿날 일을 마치고 재차 내원했다. B형 독감 판정을 받았다.
감염 사실을 곧장 유치원에 알리며 "죄송합니다.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원장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네 ㅠㅠ"뿐이었다. 병가나 휴식을 권하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독감을 참으며 사흘 내내 출근해야 했다. 38.6도까지 체온이 오른 같은 달 29일, A씨는 고열 증세가 있는 원생을 돌보기까지 했다. "내가 옮겼나 봐" "너무 무섭다고 (다른 교사에게) 데려가라 그랬어" 등의 메시지에서 보듯, 죄책감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저녁 7시까지 근무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날 A씨는 지인에게 체온계 사진을 보내며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이제 집 가려고"라고 했다.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사직서 조작'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작성한 경기 부천시 20대 사립유치원 교사 사망 관련 타임라인. 전교조 제공
다음 날에는 체온이 39.8도까지 치솟는 등 몸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A씨는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오늘이 출근(한 날) 중 가장 안 좋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그날 역시 오전 업무를 마친 뒤 오후 2시가 돼서야 조퇴했다.
31일 새벽에야 응급실로 옮겨졌는데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중환자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다음 달 14일 'B형 독감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끝내 숨지고 말았다.
유치원 측은 그런데도 A씨가 직접 사직서를 낸 것처럼 서류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경을 헤매던 지난달 10일 유치원이 사직서를 허위로 작성했고, 이틀 뒤 '면직'으로 자체 처리했다는 게 전교조 주장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 부친은 "독감 판정을 받은 다음 날 출근을 만류했으나 딸은 '쉬라고 안 했는데 어떻게 쉬냐'고 하면서 열이 나는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며 "유치원은 진심 어린 사과 대신 사직서까지 조작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교조는 △교육 당국의 철저한 진상 규명 △감염병 발병 시 교사의 병가 사용 의무화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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