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가 남자 프로배구 홈경기를 유치한 이면에 소통 부재가 낳은 행정 난맥상이 드러났다. 평택시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와 사전 조율을 누락한 탓에 각종 체육행사가 줄줄이 차질을 빚는가 하면 민간이 주최·주관하는 행사마저 된서리를 맞았다.
평택시는 2일 종합상황실에서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과 이충문화체육센터 홈경기장 사용 협약을 맺고 앞으로 계획을 발표했다.
최원용(왼쪽) 평택시장과 길길현 KB스타즈 부구단주가 2일 평택시청 종합상활실에서 홈경기장 사용 협약을 체결한 뒤 배구공을 들고 기념촬영을 한다. 사진=평택시청
2026~2027시즌 홈경기(18경기)는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진행한다. V-리그는 다음 달 31일 개막하는데, KB스타즈는 11월 1일 오후 2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삼성화재와 첫 홈경기를 치른다. 2024년부터 홈경기장으로 쓰던 의정부 경민대학교 기념관을 폐쇄하면서 터전을 잃은 구단을 품고 시민들의 프로스포츠 관람 기회를 넓힘과 동시에 지역 상권을 살린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프로구단 홈경기 유치 성과 뒤편에 소통 공백이 도사린다. 시는 홈경기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단 측 요청에 따라 시장과 관련 부서장을 포함해 극소수만 내용을 공유했다. 시체육회장에게는 보안을 전제로 이 같은 내용을 귀띔했다. 확정하지 않은 사실을 외부에 알릴 경우 시와 구단 모두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이 여파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각종 대회를 치르려던 시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민간이 주최·주관하는 행사도 대관 불가 통보를 받았다.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할 이충문화체육센터 내부 전경. 우승오 기자
이충문화체육센터 대관 현황을 보면 혼란 양상이 뚜렷하다. 시는 당초 가변형 관람석과 전광판 설치를 포함한 시설공사를 이유로 다음 달 16일 이후 모든 대관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보호 매트 설치를 전제로 일부 행사를 허가했다. 시가 주관하는 일자리박람회(10월 20일)와 평택시탁구협회장배 탁구대회 전국오픈대회(10월 24~25일), 평택시태권도협회가 주최·주관하는 태권도 한마당(11월 7~8일)이 불가에서 허가로 바뀌었다.
반면 ▶시장배농구대회(11월 14~15일) ▶경기도오픈배드민턴대회(11월 21~22일) ▶국기원 승단 심사(11월 28일) ▶로봇 경연대회(11월 29일) ▶경기도K바둑 전국대축제(12월 5~6일) ▶협회장기 족구대회(12월 19일)는 아예 불가 통보를 받아 해당 단체는 급하게 장소를 변경해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프로 스포츠 유치가 체육과 지역경제 활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기초 체육 생태계를 멍들게 하는 밀실 행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종목 단체 회장은 “시 처지를 이해하더라도 이충문화체육센터가 특정 종목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형삼 시 체육진흥과장은 “피해가 없도록 (해당 종목단체 회장들과) 계속 협의해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V-리그 홈경기가 없는 날 여력이 있으면 (다른 단체도)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종근 시체육회장은 “과정은 차치하고 비수기에 프로배구 홈경기를 유치한 자체 만으로도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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