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칩 수요 늘며 공장 가동률 늘어
시흥 삼양에코테크 30%서 80%로
“순환경제 구축해야” 반짝 효과 경계
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가 지난 24일 경기도 시흥 공장에서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원료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찾은 경기도 시흥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 정육면체 모양으로 압축된 폐페트병 더미가 차곡차곡 쌓여 벽을 이루고 있었다. 지게차가 오가며 이를 한 묶음씩 생산설비로 옮겼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형형색색의 폐페트병은 선별 설비를 시작으로 여러 공정을 거치며 잘게 부서진 하얀 조각으로 변해갔다. 세척과 가공을 마친 쌀알 형태의 재생 페트칩은 다시 페트병을 비롯한 각종 플라스틱 용기의 원료로 재활용된다.
지게차가 정육면체 모양으로 압축된 폐페트병 더미를 생산설비 쪽으로 옮기는 모습.
폐페트병을 재생원료로 재탄생시키는 이 회사는 중동 전쟁이 촉발한 나프타 가격 ‘쇼크’ 이후 설비 가동률이 지난 1월 30%에서 이달 80%까지 치솟을 정도로 바빠졌다. 다음 달에는 100% 가동이 예상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부터 무색 페트병에 재생원료를 10% 이상 의무적으로 함유하도록 한 데다 전쟁발 가격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공장을 풀가동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쟁 전 ㎏당 1400원 안팎이던 새 플라스틱 원료(신재) 페트 가격은 최근 2200원 수준까지 오른 반면 재생페트 원료는 1800원 안팎에 머물며 가격이 역전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최근 재생원료 수요 증가가 유가 상승에 기대고 있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수요처인 음료 제조업체 입장에선 재생원료를 쓸 경우 불량률이 높아져 손실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 또한 재생페트 사용을 늘리는 데 장벽으로 작용한다. 재생원료로 만든 페트병은 색이 누렇거나 일부 거무튀튀한 부분이 생긴다. 색 보정 공정을 거쳐도 재생원료의 물성상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소비자들로선 이를 위생이나 안전 문제로 여기고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는 “유럽에서는 재생페트 특유의 색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지만 국내 소비자는 투명도와 색상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재생원료 사용 확대가 근본적으로 탄소감축 및 자원순환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전쟁이 끝나더라도 재생원료 사용을 꾸준히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전쟁 특수가 순환경제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재생원료 수요 기반 확보를 위해 의무적으로 함유해야 하는 비율을 지속적으로 상향해야 하고, 업계의 공급능력 확보를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페트병이 재활용되지 못하면 새 페트병 생산을 위한 추가 화석연료 소비가 계속 필요하다. 재생페트를 쓰면 폐플라스틱 처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한국은 식품 접촉 플라스틱에 재생원료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게 최근이어서 여러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재생원료 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믿을 수 있는 규제 강화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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