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권혜영 기자] 증시의 주요 의제가 기업 실적에서 다시 중동 사태로 옮겨가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주 초 삼성전자의 경이적 분기 실적 발표로 환호하던 국내 증시가 주말을 지나면서 다시 호르무즈 해협의 격랑 속으로 빨려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코스피는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호실적에 승승장구하며 6000선을 넘보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 결과 지난 10일 코스피 종가는 481.57포인트(8.96%)의 주간 상승폭을 기록하며 5858.87까지 치고 올라갔다.
눈에 띈 점은 외국인의 귀환이었다. 장기간 매도 우위 흐름을 보여온 외국인은 지난주엔 5조31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 견인에 앞장섰다. 반면 개인들 사이에서는 차익 실현 분위기가 조성되는 바람에 7조7420억원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모처럼 외국인 매수세가 나타나자 개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내부. [사진 = 연합뉴스]
중동 사태 해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지난주 주가지수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11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미국-이란의 휴전 협상을 앞두고 혹시나 하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증시에 미리부터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란 간 일차 협상은 성과 없이 결렬됐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지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무력을 앞세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이란으로부터 빼앗아 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협 장악에 대한 의지 표명은 지난 11, 12일 이틀에 걸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해협 정리작업 개시를 알리더니 다음날엔 “세계 최강의 미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항해 선박들을 상대로 봉쇄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호응해 미군도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밤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출발지 또는 도착지로 정한 선박에 대해 봉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을 맡고 있는 미국 중부사령부가 이란 외 타국 항구를 오갈 목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대해서는 자유 항해를 보장한다고 밝혔지만 이란과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이전 상태로의 회귀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조기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증시에서는 중동 사태가 다시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상황 전개 양상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달릴 경우엔 본격화된 실적시즌에 대한 희망 섞인 기대가 빛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국내에서는 다음 주 후반부인 23일 투자자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이번 주엔 뉴욕증시에서도 실적 시즌이 개막된다. 시즌 시작을 알릴 주요 기업들 중엔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PNC 파이낸셜 서비스 등 대형 금융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 주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칠 기타 변수로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15일 나오는 연방준비제도(연준) 베이지북을 지목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PPI의 3월 상승률은 비교적 높은 편인 1.2%(전월 대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발표된 3월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9%(전년 동기 대비 3.3%)였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확대 조짐은 중동 사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연준 관계자들의 통화정책 관련 공개발언은 이번 주에도 활발히 펼쳐진다. 이달 말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설정된 블랙아웃 기간은 오는 18일부터 시작된다.
한편 13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21.59포인트(2.08%) 내린 5737.28로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한 결과 전장 대비 50.25포인트(0.86%) 하락한 5808.62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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