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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동준 시선의 ESG] 환자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인공지능AI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나동준 시선의 ESG] 환자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한국강사신문 나동준 칼럼니스트] 나는 병보다 먼저 숫자가 되어버릴까 두려웠다.

다발성골수종 진단을 받은 뒤 내 삶은 수많은 수치와 기록으로 나뉘었다. 혈액검사 결과에 마음이 흔들렸고, 골수검사 일정 앞에서는 며칠 밤을 설쳤다. 약의 이름과 부작용은 일상이 되었고, 의사의 한마디에 희망과 절망이 번갈아 찾아왔다. 그렇게 내 몸은 치료의 대상이 되었고, 동시에 끊임없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출처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나를 살리기 위한 기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고통과 불안, 내 몸의 반응이 담긴 정보들이 치료를 넘어 연구와 산업, 기술과 시장의 언어로 옮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물론 나는 안다. 환자 데이터가 쌓여야 더 나은 치료가 가능해지고, 더 좋은 약이 나오며, 누군가는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암환자인 나는 그 필요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이해한다. 그래서 더 묻고 싶다. 왜 내 몸에서 나온 정보인데, 그 정보에 대한 결정에서 나는 늘 가장 뒤에 서 있어야 하는가.

환자 데이터는 차가운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이 견딘 통증의 기록이며, 무너졌다가 다시 버틴 시간의 흔적이다. 그렇다면 그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 역시 효율과 활용만으로 설명될 수는 없다. 동의는 충분했는지, 설명은 정직했는지,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환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장되는지 함께 물어야 한다.

이 문제는 ESG의 관점에서 더 분명해진다. 먼저 환경(E) 측면에서 데이터 기반 의료는 지속가능한 의료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 환자별 반응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줄이고, 맞지 않는 약을 반복해서 쓰는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의료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결국 시스템의 부담을 낮추고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그 전제는 분명하다. 데이터가 환자를 위한 방향으로 책임 있게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S)의 차원에서 보면 문제는 훨씬 직접적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까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진료실에서 우리는 살기 위해 서둘러 동의서에 서명하고, 어려운 설명 앞에서 질문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을 때가 많다. 형식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해서 충분한 이해와 자발적 선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한 번 제공된 정보가 연구와 산업의 이름으로 확장될 때 환자는 그 이후의 경로를 통제하기 어렵다. 내 몸에서 나온 정보인데도 나는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묻기 어렵고, 멈추게 하기도 어렵고, 그 결과를 돌려받기도 어렵다.

지배구조(G)의 문제는 더 중요하다. 환자 데이터가 누구의 판단으로 수집되고, 누구의 기준으로 결합되며, 누구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접근하는지, 어떤 절차로 활용되는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면, 데이터는 혁신의 자산이 아니라 불신의 출발점이 된다. 의료와 바이오 산업이 진정 환자 중심을 말하려면, 환자를 치료의 대상일 뿐 아니라 정보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더 쉬운 설명, 더 분명한 동의, 더 넓은 선택권, 그리고 필요할 때 거부하고 철회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해야 한다.

나는 의료의 진보를 원한다. 더 좋은 약이 나오고, 더 정확한 치료가 가능해져 나와 같은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두려운 내일을 맞이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 미래가 환자의 권리를 비워둔 채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환자 데이터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몸과 삶에서 나온 정보다. 그러므로 환자 데이터의 소유와 통제권을 묻는 일은 발전을 막기 위한 요구가 아니라, 그 발전이 끝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는 최소한의 질문이다.

내 몸에서 나온 정보라면, 적어도 그 운명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에는 나도 함께 있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나동준 칼럼니스트는 디지털전환교육원 수석연구원·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 시민중심 ESG협회 수석교수이사로 활동하며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C 공인코치, 경영지도사(인사조직관리), 구글공인교육전문가와 구글트레이너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AI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진행중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50플러스센터, 국내외 대학·복지기관, 각종 협회 및 기업 현장을 무대로, 맞춤형 솔루션과 실전형 워크숍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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