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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꿈의 ‘탄소 제로’ 제철소 시동… 포스코, 수소로 쇳물 뽑아낸다

평택 삼성전자 공장 건설 당시 인근 자영업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던 사례처럼, 영일만 일대 숙박·음식업계에도 ‘건설 특수’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가, 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꿈의 ‘탄소 제로’ 제철소 시동… 포스코, 수소로 쇳물 뽑아낸다

[로컬&이슈]

포항 영일만 ‘하이렉스’ 부지 확보

석탄 대신 수소 사용 ‘물’만 배출

원가 경쟁력·환경 잡은 혁신 기술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도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는 차세대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 상용화를 위한 포항제철소 인접 공유수면 매립 사업의 인허가를 최근 확보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차세대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 상용화를 위한 포항제철소 인접 공유수면 매립 사업의 인허가를 최종 확보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수소환원제철 설비 부지 확보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산업의 탈탄소 대전환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본다. 이번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포항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탄소 배출 ‘제로’ 향한 혁신 공정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수소환원제철 모형. 포스코 제공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29일 포항 영일만 일대 135만㎡ 규모의 공유수면 매립 사업에 대한 용지 조성 인허가를 승인했다. 이로써 철강산업의 심장인 포항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것으로 평가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부지 확보는 기나긴 여정의 첫걸음일 뿐이라며 이제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들이 탄소배출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주요 고객사와 투자자들은 탄소중립을 주요 평가 요소로 반영하는 등 탈탄소 이슈는 이미 기업 생존을 가르는 냉엄한 현실이 됐다. 하이렉스 공법은 화석연료인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 기술이다. 전통적인 제철 공정은 석탄을 연소시켜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 과정에서 오직 물만 발생시켜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

특히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하이렉스 기술은 기존 포스코 고유의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해외 유수의 철강사들은 고가의 가공된 철광석 펠렛을 사용해야 하는 샤프트 환원로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하이렉스 기술은 광산에서 채굴한 가루 상태의 분광을 별도 가공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고가의 펠렛(가공 철광석) 확보 경쟁과 생산 과정에서의 추가 탄소 배출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원가 경쟁력과 환경성을 모두 잡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포스코는 정부 및 국내 철강사와 협업해 2030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30만t 규모의 실증플랜트를 통해 상용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단계적으로 대규모 상용 플랜트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이번 인허가 획득을 계기로 2029년 호안 축조를 마치고 2041년까지 부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용지 조성에만 약 15년이 걸리는 만큼, 탄소중립 시계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기술개발과 용지조성을 함께 추진한다. 또 포스코는 생산 능력의 공백을 막기 위해 하이렉스 설비를 먼저 준공한 뒤 기존 고로를 순차적으로 폐쇄해 쇳물 공급 차질을 방지할 계획이다.

용지 조성과 건설 작업에는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업은 내수 침체와 소상공인 폐업 증가로 신음하는 포항 지역 경제에도 즉각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평택 삼성전자 공장 건설 당시 인근 자영업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던 사례처럼, 영일만 일대 숙박·음식업계에도 ‘건설 특수’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가, 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은 지역 내 정체된 화폐 순환 속도를 높이는 가장 실질적인 해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기료·수소 등 정부 지원이 관건

철강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인허가가 사업의 완성이 아닌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상용화 기술 확보부터 대규모 설비 전환까지, 기술적으로도 아직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기업 홀로 감당하기 벅찬 제조 비용과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범정부 차원의 촘촘한 정책 지원 역시 절실하다는 것이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 및 지원이다. 하이렉스 기술은 수소를 환원제로 쓰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야 하는 공정 특성상 적지 않은 전력이 소모된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2024년 기준 ㎾h당 181.8원)이 원가 경쟁력 확보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무탄소 전력 공급 체계와 수소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원전을 통한 ‘핑크수소’ 전원 믹스 도입,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현실적 조정 등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속도 조절과 정부 차원의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현재 설정된 감축 목표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이다. 하이렉스의 예상 기술 개발 및 실증 기간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시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대규모 수소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청정수소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하는 것 역시 핵심 과제다. 최근 경북도가 발표한 ‘수소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계획은 향후 수소 공급 인프라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은 단일 기업의 설비 투자를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 전체의 명운을 가를 국가적 과제”라며 “공유수면 매립이라는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이제는 행정부와 정치권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규제와 비용의 늪에 빠지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를 다시 한번 견인하는 활기찬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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