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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손실 회피 성향 활용하기

화려한 변신은 예사롭지 않았고,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거대한 전환은 예사롭지 않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현대자동차는 대중의 손실 회피 성향을 절묘하게 이용한...

[김진혁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손실 회피 성향 활용하기

김진혁 한국취업컨설턴트협회 대표 (행정학 박사)

“우리는 금융시장에서 살아가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했다.” - 댄 이건(미국 로보어드바이저 대표)

현대자동차의 2026년 CES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기술 시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화려한 변신은 예사롭지 않았고,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의 거대한 전환은 예사롭지 않았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현대자동차는 대중의 손실 회피 성향을 절묘하게 이용한 마케팅을 발휘한 사례로 유명하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미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이른바 안심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을 개발했다.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이 1년 내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주는 쉽게 말해 한시 보증프로그램이다. 승부수는 매우 적확했다. 2010년 기준으로 현대자동차 매출은 24% 증가했다. 고객들이 어려운 시기에 자동차를 구매해주는 손실 회피 성향을 활용하여 예상되는 손실을 말끔하게 없애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가 더 큰 손해를 입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만큼의 자신감과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란 같은 이익과 손실을 볼 경우,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로 갖는 괴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손실 혐오’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 이론은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 사람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주장에 대한 대안으로 제창됐다. 행동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입증했다. 상황에 따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사람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이뤄진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다니엘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실로 인해 받는 심리적 타격이 이익의 약 2.5배에 달한다고 한다. 즉, 1만원을 잃을 때의 슬픔이 2만5,000원을 얻을 때의 기쁨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또한 인간은 지나온 과거의 경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편향이 있다. 그래서 논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만 모아놓아도 어처구니없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임원 회의에서도 얼토당토않은 안이 가결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매우 객관적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몹시 주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카너먼의 말처럼 “우리는 잃을 것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보수적이 되지만,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 일 수도 있다.

손실 회피 성향도 결국 우리 뇌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한 걸음 더 용기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손실 회피 성향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더 현명하고 균형 잡힌 선택을 할 수 있다.

투자에서도 손실 회피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CNBC는 최근 손실 회피 편향에 빠지면 투자자가 손실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외부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손실 회피의 편향성을 키워왔고, 현대 금융시장에서 이런 성향은 적합한 진화의 결과물이 아니다.

대표적인 손실 회피 성향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투자와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 손실을 확정하지 않으려고 보유를 고집하거나, 반대로 하락세에서 공포에 질려 급하게 파는 경우가 잦다. 이런 행동은 손실의 고통을 피하려다가 때론 더 큰 손실을 경험한다.

2. 마케팅 활용: 기업들은 “지금 신청하지 않으면 혜택을 잃는다”, ‘한정 수량’ 등의 문구로 소비자의 손실 회피 심리를 자극해 구매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호텔 예약 사이트가 “이 방이 곧 매진됩니다!”라고 알리는 경우,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선택을 재촉하게 한다.

3. 보험 가입: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손실(질병, 사고, 화재 등)을 피하려 많은 사람이 보험에 가입한다. 실제로 보험 상품은 손실 회피 본능에 크게 의존해 설계한 마케팅이다.

4. 생활 속 작은 사례: 슈퍼마켓에서 세일 품목이 ‘오늘까지만 할인’이라고 하면 평소보다 더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도 하고, ‘이미 소유한 무료 쿠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아 억지로 사용하는 행동을 한다.

인간은 언제나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다 보면 자칫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이럴 땐 감성적인 면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더불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빠른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평소 실전 감각을 키우는 훈련도 잊지 말아야겠다.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한층 수월한 흐름을 만들 수도 있다.

비즈니스 세계의 예기치 못한 손실을 예상하고,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하면서도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유지하면 좋겠다.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지만, 때론 손실 회피 성향을 역이용할 때 훌륭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김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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