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생계 위해 사회적기업 설립
예술캠프·공연·교육으로 저변 넓혀
지역사회 충분한 관심·지원 호소
김정화(61) 퓨전국악단 구름 대표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 있는 사무실에서 인천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
국악인의 삶은 고단하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음악이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해 어려운 환경에서 공연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런 동료 국악인들이 척박한 현실에서도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회사를 만든 국악인이 있다. 올해로 27년째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앞날, 그 상황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뛴다.
인천에서 퓨전국악단 '구름'을 이끄는 김정화(61)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국악인들이 온전히 생계를 유지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악인 집안이 아닌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강원도 산골에서 자라며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단소를 잡았고, 그 소리에 푹 빠져 지냈다.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며 집에서 핀잔을 들었지만, 이불 속에 들어가 몰래 연습하며 꿈을 키웠다.
성년이 된 후엔 돈을 벌다가 서른셋의 만학도로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대금을 전공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국악계의 차가운 현실을 체험했다. 전공자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 받는 한 달 수입이 30만원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살아남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국악계에는 '단체 10개를 만들면 11개가 없어진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회적 기업이자 퓨전국악단을 만든 배경이다. 퓨전국악은 국악기로 현대적인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등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예술 영역을 보여주는 장르라고 한다. 퓨전의 옷을 입었지만, 중심은 항상 전통에 두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구름 창단 후 20여년이 지났지만 국악인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인색하다. 특히 연예인 초청 행사는 기꺼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려 하면서도 국악에 대해서는 무료를 요청하거나 값싼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는 서럽다. 그런 까닭에 구름을 이끌어 가는 일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김 대표는 “식당이라도 차려 국악단 운영비에 보태야 하나 수없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김정화(61) 퓨전국악단 구름 대표가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
김 대표가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건 오로지 '보람' 때문이다.
구름은 현재 인천지역 교육지원청과 연계해 '예술 캠프'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루 동안 학생들이 교실에서 난타, 사물놀이, 판소리를 직접 배운 뒤 직접 공연을 해보고 마지막에는 전문 강사들이 펼치는 국악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을 배운 뒤 인천을 사랑하게 됐다'는 학생의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또 평소 교실에서 소외됐던 아이들도 무대 위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는 반응도 들려줬다.
김 대표는 “예술가가 배가 고파야 한다지만, 밥은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며 지역사회의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자체와 교육지원청과 함께하는 사업·프로그램 등이 대부분 1년 단위 단기 계약”이라며 “내년 사업을 기약할 수 없어 함께하는 단원과 강사들도 늘 불안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불확실하면 공연과 교육의 질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한 번 검증된 우수한 프로그램은 최소 3년 정도 연속성을 보장해 안정적으로 공연과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한국의 관문인 인천에서 국악의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외국인과 시민을 위한 '국악 상설 체험장'을 만드는 것도 꿈이다.
“부를 좇았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길이지만 우리 국악이 그저 좋아서 견뎌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국악을 접하고 체험하며 더 인천을 사랑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고 싶습니다.”
/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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