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김성희의 역사갈피] 엘살바도르의 '실용 독재'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김성희의 역사갈피] 엘살바도르의 '실용 독재'

치안 예산안을 부결시키려 하자 무장 군경을 이끌고 국회 의사당에 진입

조직폭력 사망자 나오자 '국가 비상사태'선포 하고 군병력을 동원해 진압

60세 이상 판사들을 모두 해임하고 자신의 지지자들로 채워 재선길 열어

압도적 지지 바탕으로 펼치는 아슬아슬한 권위주의는 어디까지 용납될까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세계에서 살인 범죄율이 가장 높던 나라 중 하나였던 엘살바도르의 범죄율을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뜨렸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김성희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세계에서 살인 범죄율이 가장 높던 나라 중 하나를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뜨려 캐나다보다 치안이 양호한 나라로 만든 대통령."

"비트 코인을 공용 화폐로 인정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던 나라를 구한 대통령."

"대통령 단임제를 명시한 헌법을 고쳐가며 무려 84%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인기 절정의 대통령."

이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긍정적 면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출신의 정치평론가가 쓴 일종의 정치평론집인 『포식자들의 시간』(줄리아노 다 엠폴리 지음, 을유문화사)에는 부켈레의 또 다른 면이 보인다.

1981년생인 이 젊은 대통령은 법학을 전공한 사업가로 2012년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 소속으로 누에보 쿠스카틀란이라는 소도시 시장에 당선되면 정치를 시작했다. 이어 2015년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된 후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도서관 및 공원을 확충하는 등 주거환경 개선에 뚜렷한 치적을 쌓으며 전국적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그 후 정치적 시련을 겪기는 했지만 집권 여당의 실정 등에 힘입어 2019년 서른일곱 살의 젊은 나이로 대권을 움켜쥐었다.

집권 초기인 2020년 2,000건 이상이던 살인 건수가 2023년에는 154건으로 낮추는 등 눈부신 치적을 쌓아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부켈레의 기적'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2020년 국회가 대통령의 치안 예산안을 부결시키려 하자 부켈레는 무장 군경을 이끌고 국회 의사당에 진입하는가 하면 조직 폭력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병력을 동원하여 문신남 8만 명을 마구 잡아들이는 철권을 휘두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60세 이상 판사들을 모두 해임하고 자신의 지지자들로 채우는 식의 '사법부 길들이기'를 통해 2021년 대통령 연임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유권해석을 받아내고는 결국 2024년 재선에 성공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자신의 비서인 클라우디아 로드리게스 데 게바라를 대통령직 대행에 임명하고는 자신은 휴직 후 대통령 선거에 집중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부켈레를 두고 인권탄압, 민주주의 부재 등을 들어 '밀레니얼 카우디요(독재자)'라고 부르는 등 국제 여론은 곱지 않다. 하지만 부켈레는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 "지구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 인정하면서 범죄와의 전쟁에 대해 "우리가 수천 명을 감옥에 가뒀다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진실은 우리가 시민 수백만 명을 해방했다는 것"이라 자부한다. 또 자신의 정당이 의회 60석 중 54석을 차지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일당 체제가 아니다. 단지 패권적 정당이 있는 민주주의일 뿐"이라 주장한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아슬아슬한 권위주의적 정치를 펼치는 부켈레를 보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던 덩샤우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떠오른다. 결과만 좋으면 수단이나 과정이야 어쨌든 좋다는 '실용주의'는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

이코노텔링 김성희 편집고문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저작권자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김성희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다른기사 보기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