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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나영의 교실 그리고 경제학] 딱정벌레를 입에 넣은 아이

오랜만에 학교로 찾아온 제자의 소식. 대학 4학년, 재학 중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통과했다니 내 일처럼 기뻤다. 하지만 아직 걱정이 남았단다. 회계법인 같은 곳에서 실무수습을 마쳐야 정식 회계사로 등록되는데, 시험에 붙고도 수습 자리를 못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저 회계사 시험 붙었어요.”

오랜만에 학교로 찾아온 제자의 소식. 대학 4학년, 재학 중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통과했다니 내 일처럼 기뻤다. 하지만 아직 걱정이 남았단다. 회계법인 같은 곳에서 실무수습을 마쳐야 정식 회계사로 등록되는데, 시험에 붙고도 수습 자리를 못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몇 년 전만 해도 합격만 하면 대형 회계법인이 앞다퉈 데려갔지만, 최근 법인들이 신입 채용을 확 줄였다. 복잡해 보여도 패턴이 반복되는 일은 인공지능(AI)이 사람보다 잘한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일일수록 그렇다.

AI 활용이 곧 경쟁력인 시대

챗GPT

일터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바뀌었다. AI 도움 없이 일 잘하는 것보다, 일을 잘 시켜서 깊이 있는 성과를 끌어내는 사람을 원한다. AI를 활용해 얼마나 창의적인 자기소개서를 쓰는지 평가하는 회사, AI 에이전트를 어떻게 부리는지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회사까지 등장했다. ‘일 잘하는 법’에서 ‘일 잘 시키는 법’이 중요해진 셈이다. 아이들은 무얼 준비해야 할까. 분명한 것 하나. AI가 더 잘하는 영역, 그러니까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훈련에 아이의 하루를 몽땅 쏟아붓는 건 위험한 투자다. AI에 밀릴 기술을 익히느라 사람만이 기를 수 있는 힘을 놓친다면, 그보다 값비싼 기회비용은 없다.

찰스 다윈은 어른들 속을 꽤 썩였다. 아버지 뜻대로 들어간 의대는 수술 장면을 견디지 못해 그만뒀고, 성직자가 되려고 간 케임브리지에서는 딱정벌레 채집에 빠져 살았다. 양손에 한 마리씩 쥔 채 처음 보는 종을 또 발견하자 놓치기 싫어 오른손의 벌레를 입에 넣었는데, 벌레가 뿜은 뜨거운 액체에 혀를 데고 결국 세 마리를 다 놓쳤다. 이 쓸데없는 몰입을 눈여겨본 헨슬로 교수가 그를 비글호 항해에 추천했고, 5년의 항해는 훗날 <종의 기원>으로 여물었다. 어른들 눈에 한심해 보이던 곤충 채집이 실은 인류의 지식을 바꾼 투자였다.

모두가 AI라는 무기를 갖게 된 시대에 필요한 건 새롭고 심오한 문제를 풀어내는 나만의 ‘엣지’다. 그 엣지는 좋아서 파고든 시간에서 나온다. 숙제가 끝난 뒤에도 스스로 묻고 찾아보게 만드는 그 무엇. 곤충이든 축구든 웹툰이든 마음껏 파고들게 두자. 좋아하는 일에는 실패를 견디는 힘이 이미 내장돼 있다. 좋아하니까 넘어져도 다시 하고, 다시 하니까 는다.

좋아서 파고든 시간이 '엣지' 된다

파고들 시간은 어른이 마련해 줘야 한다. 하루가 빡빡한 스케줄로 채워진 아이에게 몰입은 사치다. 실패하고, 곱씹고, 다시 덤벼 보는 과정에서 AI가 흉내 낼 수 없는 통찰이 자란다. 제자를 배웅하며 생각했다. 자격증이 평생을 지켜 주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이 언제인지 함께 찾아 주는 것이 어른의 일이 됐다고. 정답을 외우느라 바쁜 아이보다 좋아하는 문제 앞에서 기꺼이 넘어져 보는 아이가 많아졌으면 한다.

김나영 서울 양정중 교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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