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자동화 시대에도 생산 현장선 숙련 인력 필요성 여전
LG전자·현대차·포스코 등 숙련공 재고용 확대
청년 일자리 우려 나오지만 직접 충돌은 제한적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 및 채용삼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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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을 중심으로 정년 이후에도 일정 기간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재고용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확산으로 인력 대체가 빨라지는 시대지만 생산 현장과 품질, 설비, 기술 전수처럼 경험이 중요한 영역에선 오히려 숙련 인력 수요가 커지면서다.
실제 주요 기업들은 최근 들어 재고용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거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를 거쳐 내년부터 정년 이후 최대 1년간 근무할 수 있는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부 직군이 아니라 사무직과 기능직 전반으로 대상을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성과 우수자나 삼성 최고 기술전문가 ‘삼성 명장’,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우수 자격 보유자를 대상으로 정년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정년 없는 인재 제도를 통해 전문가를 적극 활용 중이다. 이 제도는 우수 엔지니어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며 기술력을 발휘하고 후배를 육성하도록 설계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일찌감치 제도화한 대표 기업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생산 현장의 숙련 기술 인력을 중심으로 퇴직 이후에도 근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왔다. 제조업 특성상 공정 운영과 품질 대응 경험을 갖춘 인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영업직 등으로도 범위를 넓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역시 2011년 재고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정년퇴직자를 기술 컨설턴트 형태로 재고용해 단순 인력 보충이 아니라 현장 경험과 전문 기술 전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치산업은 숙련 인력 공백이 발생하면 생산성과 품질 안정성이 함께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정년 후 재고용이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현장에 남기고 후배들에게 잇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조선업계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 일부 계열사는 생산기술직을 대상으로 이른바 ‘1+1년’ 방식의 계약직 재고용을 운영하고 있다. 숙련 용접·가공·조립 인력의 확보가 생산성과 납기 경쟁력에 직결되는 업종 특성상 퇴직자를 다시 활용하는 수요가 꾸준하다는 평가다.
LS일렉트릭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례다. 기존 연구직·품질 관리직 중심이던 재고용 제도를 올해부터 생산직 전반으로 확대했다. 회사는 정년퇴직자 가운데 일부를 다시 채용해 연구개발과 생산, 영업 전반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들이 정년 후 재고용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우선 숙련 인력을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신입 인력을 새로 채용해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퇴직자를 재고용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또 일률적으로 정년을 늦추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연공급 체계가 대부분인 국내 기업 현실에서 정년 연장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면 재고용은 조건을 조정해 보다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아울러 AI과 자동화가 확산해도 생산 현장과 품질, 설비, 기술 전수 분야에선 여전히 베테랑 인력이 필요하다. 예외 상황 대응과 현장 노하우 전수는 쉽게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재고용이 확산하면서 청년 채용 위축과 현장 고령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여겨지는 대기업 일부 직무에선 이런 우려가 더 클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년 후 재고용이 곧바로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 주로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운 기술직이나 전문직, 숙련 현장 인력을 중심으로 재고용이 이뤄져 신입 채용과 곧바로 충돌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 후 재고용이 전체 고용시장으로 확산할 것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며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기술직이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일부 직무에서는 청년층 취업 문이 다소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중소기업이나 현장직 중심 업종은 청년층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를 청년 일자리 축소와 곧바로 연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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