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이야기…협력으로 완성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 1월 6일 처인구 원삼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를 찾아 SK하이닉스 첫 번째 팹 건설 현장에서 현장 간부공무원 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용인특례시
[비즈월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 속에서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용인 클러스터는 생산·인프라·정책이 결합된 국가 전략 거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업은 이미 본격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이 진행되는 동시에 토지 보상도 약 40% 이상 이뤄지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유관 기관 간 협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경기도와 용인시의 행정 지원, 도의회와 시의회의 제도적 뒷받침이 맞물리며 클러스터 조성은 계획 단계를 넘어 본격 추진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이천시는 반도체 핵심 소재 기업인 테크센드포토마스크와 250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제3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통해 경기도에 집적된 반도체 소재 산업 기반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기획 5편에서는 이러한 협력과 정책 추진을 바탕으로, 용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반도체 집적 구조와 함께 인프라·설계·양자 기술로 이어지는 산업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국가법·조례·지침까지…실행 체계 완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국가 법과 지방 조례, 행정 지침 정비를 통해 실행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2023년 정부가 용인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공식화한 이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필요성을 강조해 온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026년 1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인허가 간소화와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지원을 위한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
김 지사는 “특별법 통과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경기도가 최초로 제안하고 주도한 법안인 만큼, 이제 경기도가 앞장서 세계 반도체 지형도를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도의회 이제영 의원은 ‘경기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지원 조례안’을 입법예고하며 전력·용수 확보와 토지 보상, 행정 지원 등 구체적인 실행 체계 마련에 나섰다. 그는 “경기도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 체계를 갖춰 산업단지 조성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의 특별 지시에 따라 ‘경기도 공공건설사업 총사업비 관리 지침’을 개정하고, 도로 건설과 전력 지중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지방도 318호선’ 모델을 도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특별법과 조례, 지침 개정이 맞물리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제도부터 현장 적용까지 이어지는 실행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사진=용인특례시
전력·행정·소부장까지…인프라와 지원 체계 가동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과제는 대규모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다. 기존 송전탑 중심 방식은 주민 갈등과 사업 지연이라는 한계를 드러내 왔다.
이에 경기도는 전력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전력 지중화’와 도로·전력망 공동 구축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용인~이천 지방도 318호선 구간은 도로 하부에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모델은 송전탑 설치를 최소화해 갈등을 줄이고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일부 산업단지에서는 지중 전력구 방식이 적용되며 전력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전력 문제 해결은 클러스터 성공의 핵심”이라며 “지중화 중심 전력망으로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가속화되면서 행정 지원 체계도 본격 가동되고 있다. 경기도는 2026년 2월 ‘반도체 올케어(All-Care) TF’를 출범시키고 인허가부터 전력·용수 협의, 기업 애로 해소까지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고 있다.
올케어 TF는 분산된 행정 절차를 하나로 묶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중심으로, 관계 기관 협의를 직접 조정하며 전력·용수·인허가 과정의 지연 요인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지사는 “반도체 산업은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며 “행정이 기업 투자 과정의 촉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이천시와 협력해 소부장 기업 육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소부장 기업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기업당 최대 75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개발부터 특허·인증·해외 진출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은 성과로 이어져, 성남의 ㈜브리지가 프로브카드 검사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외산 장비 대체 가능성을 확보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설계·양자까지 확장…반도체 생태계의 미래
전국 팹리스 기업의 약 60%가 경기도에 집적된 점을 바탕으로, 도는 제3판교 테크노밸리에 설계 중심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팹리스 기업과 연구소, 지원 기능을 한곳에 모아 설계와 기술개발, 사업화가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용인·이천·평택의 생산 기반과 소부장 생태계에 설계 기능을 더해 산업 전반의 균형을 보완하는 방향이다.
반도체 산업의 진화 속에서 양자 기술도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는 기존 반도체 인프라와의 결합을 통해 산업 고도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양자전환(QX)’ 전략을 통해 반도체 기반 위에서 양자 기술을 확장하며, 향후 AI와 반도체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나노기술원 등 공정 인프라를 활용해 연구와 실증 기반을 연계하고, 기업과 연구기관 간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용인시민들로 구성된 ‘국가산단 사수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 용인시청 컨벤션홀에서 발대식을 열고 국가산단 흔들기 중단과 본격적인 대응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오경희 기자
쌓아온 40년, 이어갈 미래…반도체 경쟁력의 바른 선택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20~2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 같은 성과는 단기간에 형성된 결과라기보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생산과 연구 현장에서 축적된 시간의 결과에 가깝다.
공장이 상시 가동되는 구조 속에서 연구개발과 생산이 동시에 이어지고, 현장의 인력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쌓아온 기술과 경험,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 그리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집적형 산업 생태계가 맞물리며 경쟁력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구조 위에서 추진되는 국가 전략 클러스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에 가깝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향을 흔드는 논의는 결국 그동안 축적된 기반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을 지키고 있다”며 “이 사업은 특정 지역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적된 생태계에서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만큼 이를 흔드는 시도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본질은 분산이 아닌 집적에 있다. 이미 형성된 생산·연구·인프라의 연결 구조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축적된 기반 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일관된 실행이다.
[비즈월드=오경희 기자 / oughkh@bizw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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