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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 원청은 오르는데, 하청은 '동전주' 철퇴 예고

서울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대기업 중심의 성장세로 코스피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는 가운데, 원청 기업의 공급망을 구성하는 협력업체들은 적자 경영과 주가 부진에 시달리며...

[기획] 원청은 오르는데, 하청은 '동전주' 철퇴 예고

삼성전자‧현대차 핵심협력사, 동전주 신세 끝에 ‘거래정지’

‘그룹사’ 아닌 ‘협력사’ 한계에 원청가치 상승 효과 못 누려

서울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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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심의 성장세로 코스피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는 가운데, 원청 기업의 공급망을 구성하는 협력업체들은 적자 경영과 주가 부진에 시달리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핵심 협력사인 뉴인텍과 에스코넥은 주가가 1000원 이하로 하락한 뒤 거래정지에 들어갔다. 원청 기업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반면, 공급망 하단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퇴출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뉴인텍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차(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 기업이다. 양사는 단순 납품 관계를 넘어 기술적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다. 그러나 2020년대 2000~3000원대에 달했던 주가는 최근 3달 사이 1000원을 넘긴 적이 없다. 현재는 자본감소(감자)에 따른 주식 병합으로 지난 9일부터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마지막 주가는 278원이다.

에스코넥은 2000년 설립된 삼성전자 1차 협력사다. 갤럭시 금속 내·외장 부품, 2차전지 금속 부품, 리튬 1차전지, 친환경 수소 사업 등에 종사하는 중견기업이다. 해당 기업도 주식 병합에 따른 전자등록 변경 및 말소 사유로 지난 13일부터 거래 정지 상태다. 에스코넥의 주가는 2000년대말엔 주당 6000~9000원대였으나 최근 한달 동안엔 1000원을 채 못 넘겼다. 거래 정지 전 마지막 주가는 813원이다.

이들 기업이 대기업 협력사란 타이틀을 가진데다 기술력이 충분함에도 주식시장에서 비교적 관심이 부족했던 이유는, ‘협력사’란 한계 탓에 원청의 가치 상승 효과를 온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뉴인텍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5% 늘어난 827억9934만원이지만 영업손실은 23.36% 증가한 72억2764만원이다. 수익성 악화로 적자가 불어나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시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친환경 자동차용 커패시터 원·부재료비 상승에 따른 매출원가 증가가 영업손실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건비 상승에 따라 제조원가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에선 원재료 가격 상승 및 제조원가 증가로 인한 만성적인 적자 구조가 뉴인텍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본다.

에스코넥의 경우, 2025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357억881만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지만 주가는 핵심 거래처인 삼성전자의 성장폭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에스코넥은 삼성 갤럭시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사실상 ‘스마트폰 실적’에 따라 시장 기대치가 갈린다. 현재 삼성의 주가 급등은 인공지능 및 반도체 산업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에스코넥의 전문 분야와는 비교적 거리가 있다.

그나마 유명 대기업은 협력사를 대등한 관계로 대우하지만, 기타 원청-하청 기업 관계에선 불공정 관행이 여전해 낙수효과가 실종됐단 성토가 나온다. 원사업자(대기업)가 수급사업자(중소기업)의 협상력이 약하단 점을 악용해 납품단가를 인하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원청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그 이익을 하도급에게 배분하지 않아 하도급 업체는 직원 복리후생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 평균 월소득은 613만원, 중소기업은 307만원이다. 국내 제조분야 중소기업의 약 72.2%가 하도급 업체임을 고려하면, 원청의 ‘하도급 홀대’가 결국 기업 간 양극화의 주범이 된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회사의 성과를 직원에게 나눠야한다며 성과급 인상을 빌미로 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들마저도 협력업체 성과는 등한시한단 지적이 나온다. 노조가 기업 성장엔 하도급 업체의 노력이 컸단 사실을 무시하고, 마치 본사 직원들만의 헌신으로 맺어진 결과인 것처럼 착각한단 비판이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원청-하도급 간 역사적 경로 의존성이 ‘이중 구조’를 만들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막대한 이익을 유보금으로 쌓았으나, 협력 중소기업은 장기간 지속된 ‘저부가가치-저마진’ 구조에 갇혀 R&D 투자 여력과 인적 자본을 상실했단 설명이다.

이런 비대칭 구조가 산업계에 고착된 결과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2~3차 협력사의 경영난은 과거 요소수 사태나 팬데믹 당시 전체 공급망의 마비로 이어져 대기업의 완제품 생산 차질까지 유발했다. 하도급에 머무른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는 청년층의 기피 현상을 낳고, 인재의 숙련 기술의 전수를 단절시켜 제조업이 뿌리째 흔들리는 실정이다.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단순 제조 하청에 머무르면서 소부장 산업의 고도화가 지연됐고, 이는 만성적인 대일(對日) 의존도와 핵심 기술의 공백을 초래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 확대는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하락시키고, 외부 충격(환율, 원자재가)에 취약한 경제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근본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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