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흐름 뒤집은 메모리 1위…애플·엔비디아·MS와 어깨
KB증권 "2027년 영업익 488조"…엔비디아 추월 시나리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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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신선미 기자=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에 붙은 수식어는 '추격자'였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에 한참 밀렸으며, 모바일에서는 애플에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한때 '슈퍼 톱티어'였던 삼성의 자리는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분위기가 뒤집힌 결정적 계기는 2026년 1분기 실적이다. 삼성전자가 30일 발표한 1분기 확정 실적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한국 기업 사상 최초로 분기 50조원 벽을 넘었고, 영업이익률은 42.8%까지 치솟았다. 자기자본이익률(ROE) 41%, EBITDA 마진 51% 같은 수치는 글로벌 빅테크와 직접 비교가 가능한 영역에 들어선 신호로 읽힌다.
■ 글로벌 영업이익 톱4…애플·엔비디아·MS와 같은 무대로
이번 실적을 글로벌 잣대로 환산하면 무게감이 다르다. 한국경제신문이 글로벌 주요 기업의 최근 분기 실적을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글로벌 기업 중 4위에 해당했다. 애플(2026회계연도 1분기·76조6441억원), 엔비디아(66조7674억원), 마이크로소프트(57조5532억원) 정도가 삼성을 앞선 기업이고, 알파벳(53조4618억원)은 뒤로 밀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같은 분기 영업이익도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한다.
같은 메모리·파운드리 진영의 직접 경쟁자들은 이미 추월했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1분기 영업이익은 30조원 안팎으로 추정돼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 격차다.
증권가는 이 흐름이 단발성이 아니라고 본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2026년 327조원, 2027년 488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엔비디아의 2027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약 485조원)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 평균은 304조원,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Citi)는 310조원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일부 시나리오에서 연간 영업이익 246조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강한 낙관론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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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M4 세계 최초 양산…공정 한 세대 앞서며 판도 변경
이 같은 반전을 이끈 핵심 동력은 HBM 패권 탈환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2일 6세대 HBM(HBM4)을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 이전 세대 HBM3E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의 극적인 흐름 변화다.
기술 우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삼성전자 HBM4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베이스다이를 적용해, 5세대(1b) D램과 12나노 베이스다이를 쓴 SK하이닉스보다 한 세대 앞선 공정을 채택했다. 동작속도는 11.7Gbps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8Gbps)을 46% 웃돌고, 단일 스택 대역폭은 전 세대 대비 약 2.7배인 최대 3.3TB/s에 달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이 제품은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서 공식 데뷔했다. 같은 자리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이 우리를 위해 그록3 LPU(언어처리장치)를 제조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협력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같은 달 18일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서 AMD와도 차세대 AI 메모리·컴퓨팅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리사 수 AMD CEO는 같은 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했다.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에 특화돼 있고, 마이크론이 파운드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빅테크가 요구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단일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업자라는 점이 협상력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 "평택에서 석유가 난다"…메모리 가격 슈퍼사이클의 본질
수치만 놓고 보면 메모리 사업이 보여주는 수익성은 과거 어느 때와도 다른 차원이다. 1분기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53조70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66%에 달했다. 이 가운데 메모리 매출은 7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9조1000억원) 대비 292%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일반 D램 계약가는 직전 분기 대비 93~98% 올랐고, 씨티는 AI 서버용 DDR5 64GB RDIMM 모듈 가격이 같은 기간 94%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일부 범용 D램의 이익률은 80%에 육박하면서 업계에서는 "평택(경기)에서 석유가 나는 수준"이라는 농담까지 돈다.
가격 흐름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분기 메모리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80~85%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가트너는 올해 D램 가격이 연간 47%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2026년 D램 가격이 전년 대비 250%, 낸드 가격이 187% 오를 것으로 전망하며 "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 57조원을 저점으로 4분기 107조원까지 가속 성장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호황 사이클을 넘어선다. AI가 대형 모델 학습 단계에서 실시간 추론을 반복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진화하면서 D램·낸드 전반의 수요 기반이 구조적으로 넓어졌고, 삼성전자는 이미 엔비디아·구글·애플 등 주요 빅테크와 3년 이상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컨퍼런스콜에서 "AI 시대를 위한 체질 개선이 끝났고, 이제 수확 구간에 진입한다"고 표현한 배경이다.
■ 외국계 IB 목표주가 일제히 상향…그래도 시총은 엔비디아의 20%
시장 평가도 빠르게 따라붙고 있다. JP모건은 30만원, 모건스탠리 24만8000원, 씨티그룹 28만원, 노무라증권 32만원으로 외국계 IB가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렸다. 국내에서도 KB증권 36만원, 한국투자증권 33만원, 하나증권 30만원이 제시됐다. 2025년 초 5만원대였던 주가는 1년여 만에 4배 이상 오르며 한때 22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다만 글로벌 시장 평가와 비교하면 격차는 여전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한때 1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엔비디아 시총(약 4조7000억 달러)의 약 20% 수준에 그친다. 분기 영업이익이 엔비디아의 86%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 대비 저평가'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는 저평가 상태이며, 실적 개선 속도를 주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자사주 14.6조 소각·R&D 11.3조…이익을 미래로 돌린다
회사는 1분기 자사주 매입에 7조6000억원을 쓰고, 4월 2일 약 14조6000억원 규모(보통주·우선주 합계 약 8695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상반기 16조원 규모 추가 소각 약속을 동시에 이행하는 흐름이다. 연간 약 11조1000억원 규모의 배당과 함께 주주환원 강도가 확연히 높아진 모양새다.
미래 투자도 동시에 늘었다. 1분기 연구개발비는 11조3000억원, 시설투자(유형자산 증가)는 17조1000억원으로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다. 그럼에도 기말 현금성 자산은 147조4000억원, 순현금은 119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재용 회장 체제가 강조해온 '주주환원·재투자·재무 안정성' 동시 추구가 수치로 확인된 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 잠복한 변수…노조 파업·사이클 변동·중국 추격
순항 일변도로 보기는 어렵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5월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증권가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메모리 글로벌 공급이 2~4%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면적인 차질 폭은 크지 않지만, 이미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가격을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대외 환경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이란 협상 결렬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미국의 고율 관세, 환율 변동성,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 등이 중장기 리스크로 거론된다. 차세대 HBM4E 검증 일정과 2분기 영업이익이 70조원 선을 돌파할지 여부는 '엔비디아 추월 시나리오'의 성패를 가를 단기 지표로 꼽힌다.
대형 증권사 반도체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1분기 실적은 단순한 메모리 호황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HBM4 양산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고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업자라는 위상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AI 인프라가 만드는 구조적 수요와 공급자 우위 가격 환경이 결합한 만큼, 적어도 2027년까지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영업이익 톱티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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