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리스크에 고유가·고환율 물가·성장 동시 압박
26조 추경까지 겹치며 산업계 “비용·수요 이중 충격”
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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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고유가·고환율 흐름에 확장 재정까지 더해지며 한국 경제 전반에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 압력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510원대를 기록하고 150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일대비 약 5% 올랐다. 전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환율을 기록하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하락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드러난 것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2달러를 넘어선 상태고 브렌트유 역시 11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거시지표가 위험선을 넘나들면서 산업계는 국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하며 대외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지적했다. 이에 더해 환율 상승과 유가 급등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며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전월 대비 5.1포인트 하락하며 최근 1년여 사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기업경기동향지수 역시 한 달 만에 다시 부정 영역으로 전환되며 경기 둔화 신호가 확연해졌다.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재정 정책 또한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경기 방어에 나섰다. 이는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 규모로, 순수 세출 증가분만 약 15조원 수준에 달한다.
고유가 대응 패키지에만 10조1000억원이 배정됐으며, 유류비 지원과 함께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이 포함됐다. 단기적으로는 체감 물가를 낮추고 소비를 보완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총수요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재정 확대가 경기 방어와 물가 안정 사이에서 정책 딜레마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대외 리스크는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면서 글로벌 물류망은 사실상 ‘병목 구간’에 진입했다.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전쟁 이전 대비 약 60% 상승했고, 연초 대비로는 7배 가까이 급등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중동 노선 역시 전쟁 이전 대비 2.8배 상승하며 해상 운송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항공 화물 운임 지표 또한 10% 이상 상승하는 등 전 운송수단에서 비용 압박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원유 공급 경직 우려가 커지면서 납사 기반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건설업의 핵심 자재인 혼화제 역시 재고가 한 달 내외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지며 레미콘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카타르산 헬륨 공급 차질로 공정 안정성 확보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체 공급선 확보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 가능성이 부각되며 내연기관차 수요 감소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 특성상 이러한 복합 충격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해상 운임 상승,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 변동성 확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수출기업들은 구조적 압박에 직면했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경우 운임과 보험료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 거래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둔화까지 겹칠 경우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침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5대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신규 자금 53조원+α를 공급하고, 정책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24조원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기존 ‘100조원+α 시장안정 프로그램’도 적극 집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국내외 시장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 확대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마쳤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정책 대응이 단기적인 변동성 완화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중동 리스크와 글로벌 유동성 환경 변화라는 근본 요인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운임 상승을 감내하는 단계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기업들은 비용 관리 차원을 넘어 공급망 재편과 생산 전략까지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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