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에도 다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인상은 한 차례 조정에 그치지 않고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점에서 체감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한 가계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조달 비용과 시장금리가 움직이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에 반영된다. 반대로 예금자는 금리 상승기에 이자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담대 3억원이면 금리 0.25%p 상승 때 연 75만원 증가
가장 현실적인 사례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예를 들어 3억원의 변동금리 주담대를 보유한 차주의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이자 부담이 75만원, 월평균으로는 약 6만2500원 늘어난다.
5억원을 빌렸다면 연간 125만원, 월평균 약 10만4000원의 이자가 추가된다.
물론 실제 부담액은 대출 잔액과 금리 재산정 시점, 상환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반복될 경우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2천조원 시대…‘빚 많은 가계’에 더 아프다
이번 금리 인상이 과거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가계부채 규모가 이미 크게 불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가 같은 폭으로 올라도 빚이 적은 사람과 많은 사람의 체감 충격은 다르다. 1억원을 빌린 사람보다 5억원, 10억원을 빌린 사람에게 금리 0.25%포인트 상승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더구나 이미 연체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결국 이번 금리 인상은 단순히 ‘대출금리가 조금 오르는 문제’가 아니라 빚을 감당할 여력이 떨어지는 취약 차주에게 추가 부담을 주는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전세대출·신용대출도 영향…자영업자는 더 민감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도 금리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는 대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부담 증가 폭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자영업자 역시 마찬가지다. 사업자금이나 운영자금을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 기준금리 상승은 금융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이미 소비가 둔화된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자영업자의 투자와 고용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예금자는 이자 수익 기대…은행별 금리 경쟁도 변수
금리 인상이 모든 사람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출이 없는 가계가 예·적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면 금리 상승은 이자 수익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
다만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다고 해서 모든 예금금리가 똑같이 0.25%포인트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자금 조달 상황과 상품별 경쟁 등에 따라 실제 예금금리는 다르게 움직인다.
따라서 목돈을 예치한 소비자라면 기준금리 자체보다 실제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집값에는 ‘양면 효과’…대출 수요 위축 가능성
주택시장에는 금리 인상이 대체로 부담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같은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택 구매자의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진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의 경우 금리 상승이 주택 구매 결정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성장률 전망이 크게 상향됐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0.7%포인트 상향했다. 반도체 수출과 내수 회복 등이 배경이다.
즉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면이다. 금리만 보고 집값이나 소비가 일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환율에는 긍정적…하지만 수입물가 부담은 변수
이번 금리 인상은 원화 가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미 정책금리 차이가 기존 1%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좁혀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안정되면 원유와 원자재 등 달러로 거래되는 수입품 가격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 등 다른 변수도 많아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환율 방향을 결정할 수는 없다.
주목할 부분은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
이번 금리 인상에서 가계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3%라는 숫자 자체보다 향후 추가 인상 여부다.
한국은행은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고 금융안정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와 내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와 경기, 부동산, 가계부채, 환율을 동시에 놓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대출을 가진 사람에게는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까’, 예금자에게는 ‘예금금리가 얼마나 따라갈까’, 주택 구매자에게는 ‘지금 빚을 내 집을 사도 되는가’가 이번 금리 인상의 핵심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은 성장세 지속, 물가상승률의 목표 상회,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해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경기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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