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전경. 연합뉴스
“생활 터전을 옮기기가 쉽나요? 지방으로 내려가기 전까지만 일하다가 그만둘까 고민 중이에요.”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지인이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다. 지방 근무를 피하기 위해 보직 이동을 고민하고 이직을 시도하는 동료 얘기도 전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일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에 남으려는 이유를 굳이 캐묻지 않았다.
정부는 13일 중앙행정기관 등 44곳, 공무원 9929명을 2031년까지 세종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7개 기관의 2995명은 내년에 먼저 옮긴다. 뒤이어 수도권 소재 350여 곳의 공공기관도 전국으로 분산 배치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지만 부처·기관 이전에 따른 주거 수요를 해결하고 매력적인 정주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의문이다.
서울에는 직장만 있는 게 아니다. 배우자의 일자리와 자녀의 학교, 오랫동안 쌓아온 생활 기반이 있다. 세종 등 지방으로의 이전은 단순히 근무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가족의 삶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결정이다. 당장 살 집부터 문제다. 내년 세종의 30가구 이상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제로(0)’다. 수천 명의 근무지가 바뀌는데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이주 수요를 뒷받침할 신규 주택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정부는 이전 공무원에게 이사비와 초기 이주비를 지원하고 한시적인 교통 지원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같은 대책만으로 가족 전체가 삶의 터전을 옮기는 부담을 해소할 수 없다. 서울을 떠나기 어려운 현실에 주거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기관 이전이 인구 분산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전국의 혁신도시로 뿔뿔이 흩어질 공공기관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상당수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부임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겠다면서 지역에서도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게 하고 정착에 어려움을 겪게 해서는 곤란하다. 기관 이전과 주택 공급, 교육·생활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충분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공무원들을 얼마나 많이 내려보낼지가 아니라 어떻게 오래 머물게 할지다. 균형 발전의 완성은 청사가 세종에 들어서는 날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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