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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수첩] 총수 이재용, 이제는 '제안'보다 '결정' 할때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들려온 소식 하나가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중동지역 3개국(UAE·카타르·사우디)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과 가족 500여명에게 선물을 전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직원들이 전쟁을 직접 벌이는 국가(이란...

[기자수첩] 총수 이재용, 이제는 '제안'보다 '결정' 할때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들려온 소식 하나가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중동지역 3개국(UAE·카타르·사우디)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과 가족 500여명에게 선물을 전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직원들이 전쟁을 직접 벌이는 국가(이란·이라크·이스라엘)에 있는 건 아니기에 피격 우려는 낮다. 그러나 인근국 하늘로 폭격이 오가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직원들과 그 가족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안’으로 정세가 불안한 중동지역에 체류하는 관계사 파견 임직원 및 가족들에게 격려 선물을 전달했다. 선물은 최신형 노트북 또는 스마트폰,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이다. 그룹 총수가 직접 사람을 챙긴다는 점은 훈훈한 소식이다.

다만 소식을 접하고 의문이 든다. 왜 삼성은 총수의 의사를 ‘결정’이나 ‘지시’가 아니라 ‘제안’으로 표현했을까.

법적으로 보면 이유는 명확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임기 만료 이후 7년째 미등기 상태다. 등기 또는 대표이사가 아니기에 직접 결정하거나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할 권한은 없다. 이에 직원 격려를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하려면 필요 비용이 많건 적건 ‘제안’ 형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제안’이란 말의 현실성이다. 국내에서 대기업 총수는 계열사 대부분의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총수의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결단’이자 ‘명령’인 셈이다.

사실상 모든 결정권을 가졌음에도 제안의 형식을 취한다는 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 또는 ‘힘숨찐(실력을 감춘 주인공)’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이런 모호함에서 벗어나 좀 더 직관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산업 발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역대급 실적이 기대되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동전쟁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으로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올해에만 총 110조원 이상의 시설 및 R&D(연구개발)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첨단로봇과 전장 등 미래 성장 분야에서 M&A(인수·합병)도 추진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삼성에는 각 부문별 유능한 CEO(전문경영인)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대규모 M&A 등 그룹의 명운을 건 전략적 선택은 총수의 몫이다. 이젠 제안이 아닌 결단을 했다고 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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