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영택 국장(서산·태안주재)
충남 서산시 호수공원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선 시민들의 풍경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보행 신호를 기다리며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고개를 파묻던 이들이, 이제는 발밑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붉고 푸른 LED 선을 따라 자연스레 시선을 옮긴다. 이른바 ‘저두족(低頭족·고개 숙인 사람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된 ‘바닥형 신호등’이 거리의 풍경뿐 아니라 시민의 생명선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서산시가 단계적으로 확충해온 ‘스마트 교통 인프라’의 변화상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차가운 기술적 용어들이 어떻게 시민의 ‘지각 시간’을 줄이고 ‘안전 체감도’를 높이는지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사람을 먼저 인식하는 기술’의 전면적 도입이다. 호수공원 일대 10개소에 설치된 스마트 횡단보도는 AI 카메라가 보행자를 먼저 알아본다. 이 시스템은 횡단보도 앞 사람을 즉각 감지해 전광판과 음성을 통해 실시간 알림을 보낸다. 보행자가 위태롭게 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도로의 주권을 보행자에게 돌려주는 안전의 대전환이 일어난다. 서림초와 서남초 등 아이들의 주요 등하굣길에 깔린 바닥 신호등과 대각선 횡단보도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고 있다. 도로 위의 효율성 또한 눈부시다. 국도 29호선 등 37개 교차로에 도입된 ‘감응 신호’는 좌회전 대기 차량이나 보행자가 있을 때만 신호를 준다. 덕분에 출퇴근길 합쳐 약 17분가량 시간 단축효과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여기에 냉난방기와 공기정화기, 온열벤치, 그리고 비상벨을 갖춘 ‘스마트 승강장’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도시 쉼터’가 되고 있다. 서산의 도로는 아스팔트와 시멘트의 조합을 넘어 AI가 보행자를 지키고, 스마트 신호가 꽉 막힌 정체를 뚫어주는 ‘지능형 동맥’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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